언제까지 아이폰을 스티브 잡스의 역작으로만 기억할 것인가?
애플의 아이폰(iPhone)은 분명 역사책에도 실릴 것이다.
단순히 상업적으로 성공한 제품을 벗어나 '스마트폰'이라는 카데고리로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크게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21세기 세상에 큰 임팩트를 준 제품인 것 만큼은 확실하다.
그러나 우리는 " 아이폰 = 스티브 잡스 "라는 공식에 너무 익숙하다.
소니의 워크맨, 우버의 차량공유 등 다른 신규 카데고리의 성공 요인을 이야기 할 때에는 전략이나 시스템 등 기업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아이폰을 이야기 할 때면 꼭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을 이야기 한다.
물론 CEO의 역량은 중요하고,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의 성공에 지대한 공헌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 스티브 잡스를 보고, 그의 스토리를 들으며 많은 자극을 받아왔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아이폰 역시 한 기업이 만든 제품이다.
이 정도의 하이테크놀로지 제품은 절대 한 사람의 머리속에서 완성품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설사 좋은 제품었다고 하더라도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믿기 어렵다면 인터넷에 '실패한 혁신 제품'을 검색해보라.
참신하고 높은 기술력을 가졌음에도 실패한 제품들의 예를 상당히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아이폰'의 성공도 잡스의 그림자를 떠나 조금 더 비지니스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시각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줄 수 있는 요소는 '과연 아이폰은 경영 관점에서 위기가 없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애플과 전화기
많은 사람들은 아이폰이 애플이 구상한 첫 전화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아이폰을 개발하기 한참 전 부터 이미 애플은 전화기라는 제품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다. 이를 증명하는 제품이 바로 모톨롤라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ROKR이다.
2005년 잠시 시장에 나타났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자취를 감춘 이 제품은 당시 한참 잘 나가던 아이팟(iPod)과 아이튠즈(iTunes)의 기능을 핸드폰과 융합해보려는 첫 시도였다.
비록 제품 전체의 개발권과 판매권을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애플은 모토롤라와의 공식적인 협업을 통해 아이튠즈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전화기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이 방법은 애플에게 휴대폰 시장이라는 신규 시장에 진입하기 훨씬 안전한 방법이기도 했다. 애플이 두각을 보였던 일반 소형 전자기기 시장과 달리 휴대폰 시장은 제조사가 거대 통신사들에게 끌려다니는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로 참여해 노키아, 삼성, LG 등의 휴대폰 제조사들과 경쟁을 하는 동시에 갑중의 갑이라고 할 수 있었던 통신사들에게 휘둘리기 보다는 이미 입지가 강한 모토롤라에 소프트웨어 부분만 얹어가는 편이 당연히 훨씬 안전하면서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ROKR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 조차 못할만큼 크게 실패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초기 이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은 MP3 플레이어도 휴대폰도 아닌 이 애매모호한 제품을 비판했다. 복잡한 인터페이스, 제한된 노래 저장공간, 베터리 문제 등 고객들이 충분히 만족할만한 경험을 안겨주지 못한 이 제품이 '애플' 브랜드를 달고 나오지 않은게 참 잡스로서는 참 다행이었다.
약 2년 후인 2007년 애플이 심기일전하고 만든 첫 번째 iPhone이 사과마크를 달고 출시된다. 일단 이 제품은 성능은 뒤로 하더라도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적인 면에서 기존의 애플 이미지와 크게 부합했다.
사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이런 세련된 디자인의 휴대폰이 나오는데에는 전면을 디스플레이로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든 '멀티터치스크린' 기술의 역할이 지대했다.
그러나 이 역시 스티브 잡스가 처음부터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체를 스크린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하며, 멀티 터치 스크린 기술이 필요해!' 라는 통찰을 갖고 밀어붙인 것이 아니었다.
인터뷰에서 잡스 스스로 고백했듯, 사실 애플은 이후 '아이패드'로 등장하게 되는 태플릿 PC를 먼저 구상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개발하게 된 멀티 터치 스크린 기술을 당시 잡스가 관심을 갖던 전화기에 먼저 적용하게 된 것이다.
이 스토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지금의 애플,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전설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이폰' 도 한 천재 경영자의 통찰에서 어느날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폰 전에 모토롤라와의 합작 ROKR라는 보수적 시도가 있었고, 여기서 얻은 실패 경험은 휴대폰 경험이 전혀 없던 애플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또한 아이폰에게 생명과 같은 '멀티 터치 스크린' 기술은 처음부터 스마트폰에서의 사용을 의도로 기획된 기술이 아니라 애플의 뛰어난 R&D 조직에서 다른 제품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기술이다. 결국 사전에 지속적인 R&D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었다면 잡스가 만든 아이폰은 지금과 매우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자, 이제 아이폰의 성공 스토리도 조금은 다른 기업의 성공 스토리와 비슷하게 들리지 않는가?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세상을 놀래킬만큼 섹시한 아이폰을 출시한 후 아이폰은 여타 다른 기업들의 제품과 같이 위기가 있었다.
블루오션 전략과 아이폰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제품은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그러나 이 흥분이 구매까지 이루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
혁신적인 제품 출시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참고할만한 경영이론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블루오션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캐즘'이다.
블루오션의 경우 한국인 김위찬 교수가 책의 공동저자이기도 하고, 출간 후부터 지속적으로 '경쟁 없는 시장'을 칭할때 대명사로 사용되었기에 상당히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두 저자들이 기고한 글이나 인터뷰를 보면 블루오션 전략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경쟁이 없는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demand)'에 초점을 맞춘다.
간단하게 말하면 '발견되지 않은 수요(Demand)'를 찾고, 이 시장의 선점자가 되라는 뜻이다. 이 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예제들은 팟캐스트에서 설명하였다.
그럼 블루오션 전략이 왜 위험할 수 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직 확신이 없는 수요에 제품의 운명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미 세분화 된 시장에서 자신들만의 경쟁우위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시장을 타게팅해 시장 점유율을 뺏어오는 싸움에 더 익숙하다.
이러한 싸움에서는 일단 수요가 존재하고, 그 수요가 어느정도 되는지도 시장크기(Market Size)가 말해주니, 경쟁사와 전투를 할 준비만 하면 된다.
그러나 블루오션 전략은 새로운 대안을 선보이고, 이 대안이 기존의 대안들보다 더 많은 가치를 준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설득된 고객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하면 여러 인접 시장들로부터 고개들이 이동하여 새로운 시장이 창출된다.
요즘은 클라우드 소싱이 대중화되어 선주문과 투자를 받고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 유행하며, 이러한 블루오션 전략의 리스크가 조금은 낮아졌다. 그러나 아이폰은 이런 실험적인 시도라기 보다는 되돌릴 수 없는 개발비와 제조비를 투자한 이후에 반응을 봐야하는 리스크 높은 사업이었다.
아이폰은 당시 시장의 입장에서 '너무' 독특한 대안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RIM사의 블랙베리가 장악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당시 전체 휴대폰 시장의 약 10%가 스마트 폰 시장으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추정된다)에서 경쟁하기에는 비지니스맨에게 너무 비친화적이었다.
그렇다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높았다. 휴대폰과 MP3 플레이어를 따로 사도 아이폰 하나를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상황에서, 이런 고가의 휴대폰이 팔릴 것인지는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우려는 정작 아이폰을 만들었던 애플 역시 갖고 있었던 듯 하다.
출시 후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팔리는 아이폰의 수요를 애플이 보유 재고는 감당하지 못했다.
캐즘과 아이폰
혁신제품에 대해서 또 다른 유명한 경영이론 중의 하나는 바로 제프리 무어(Geoffrey A. Moore)의 '캐즘 이론'이다.
캐즘은 혁신 제품이 초기수용자(Early Adapters)에서 주류 구매자로 넘어가는 단계에 '단절'이 존재하여 많은 기업들의 혁신 제품이 이 골짜기에 빠져 확산되지 못함을 알려준다.
이러한 단절이 일어나는 이유는 초기수용자들과 주류 구매자들의 니즈에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초기수용자들은 충분히 새로운 것을 위해 리스크와 불편함을 감내하며, 이들이 원하는 것은 '기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반면 주류 구매자들은 기술 자체에는 관심이 없으며 이 기술을 통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에 관심이 있다.
무어는 기업이 캐즘을 건너려면 이러한 차이점을 이해하고 기존과는 다른 전략을 취할 것은 추천한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들이 'Technology가 아닌 Whole Product를 팔아라', '유통은 직접판매(Direct Sales)를 통해서 제품의 가치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만들어', '그렇게 초기수용자가 아닌 주류 구매자들의 만족도를 새로운 레퍼런스로 삼아서 확산시켜라' 등의 조언이다.
애플이 캐즘이론을 의식적으로 고려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상당히 부합하는 전략을 따랐다.
일단 Whole product와 제품유통에 대해서는 애플스토어라는 독자적인 유통망이 있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너무 새로워서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아이폰을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파급효과는 역시 앱스토어(App store)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과 전화 그리고 mp3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아이폰이 생산성을 높인다고 설득시킬 수 있었지만, 업그레이드 된 운영체제부터 지원하기 시작한 앱스토어는 아이폰이 사용자에게 주는 생산성 향상을 가늠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렸다.
초기 확산을 위한 공격적 가격할인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이폰은 미국에서 처음 출시한 후 몇 달만에 가격을 $200이나 인하한다.
거금을 들여서 구매한 최신 전자제품이 불과 몇 달만에 몇 십만원 가격이 내려간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이러한 애플의 가격정책에 분노한 고객들은 어마어마하게 항의를 했으며, 스티브 잡스는 발 빠르게 고객들을 달래기 위해서 $100 가치의 애플스토어 쿠폰을 초기 아이폰을 구매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아이폰과 경영전략
이처럼 아이폰은 단순히 잡스의 천재성 하나만으로 성공한 제품이 아니었다.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R&D 인력, 브랜드, 애플스토어 유통망 등 애플이 갖고 있던 고유 역량 중 하나라도 부족했으면 실패했을 수도 있던 리스크 높은 사업이었다.
물론 잡스는 뛰어난 리더였고, 특히 애플이라는 기업의 업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경영자였다. 그러나 이러한 뛰어난 경영자 뒤에 가려진 경영 전략들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팟캐스트의 아이폰 에피소드가 적게나마 이런 부분들을 비추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피소드: 9 ~ 10회 - [케이스 스터디] iPhone
- 패널:
- 신작가('어떻게 경영을 공부할 것인가-한빛비즈' 저자)
- 최팀장(국내 대기업 & 스타트업 경력 서비스 기획자)
- 석박사(글로벌 전략 컨설팅 출신 마케터)
- 청취방법: 아이폰 'Podcast' 앱 또는 안드로이드 '팟빵' 앱에서 '털어보자 경영사례' 검색 후 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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