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스터디 - 뱅앤울룹슨

시장의 변화가 나의 핵심 경쟁력과 거리가 멀때......

by 신승훈 Aceit



뱅앤울룹슨(B&O)은 1925년에 세워진 덴마크 회사로, 세련된 디자인의 고성능 제품을 만들어 프리미엄 전자기기 시장에서 경쟁을 하는 회사이다. 물론 '디자인'은 인정하지만 '품질'은 고성능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건 프리미엄 제품 브랜드(특히 오디오 부분) 내에서 워낙 품질과 성능으로 유명한 다른 기업들이 존재하기에 나오는 말인데, 엄밀히는 전자기기 시장 전체로 보았을 때 고성능 카테고리에 속하는게 맞다.


케이스의 시점은 2006년으로, 아이폰은 출시되기 전이지만 애플이 아이팟의 대박에 힘 입어 주가가 한창 오르던 시점이었다. 케이스에도 나오지만, 당시 아이팟과 이를 연동시키는 소프트웨어 아이튠즈는 시장에서 상징성이 상당히 높았다. 모두가 전자기기의 미래는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에 있다고 말 하던 시기였고, 이런 분위기는 B&O 케이스에도 잘 설명되어 있다.


B&O의 핵심 경쟁력은 오랜 기간동안 '디자인'에 있었다.

디자인 자체도 타 제품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차별성이 있었으며, 이러한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을 '제조'하는 능력 역시 뛰어났다. 뛰어난 디자인 제품의 생산은 자연스럽게 트레이드 오프가 존재했다. 다른 기업들이 중국 등의 제3국가 공장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생산을 할 때, B&O는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으로 적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만큼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격을 붙여 제품을 판매하고, 시장 자체가 일반 전자기기 시장과 고급 전자기기 시장으로 나누어 져 있었기 때문에 저비용을 무기로 한 업체들로부터의 공격이 아주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정리해서 말하면, 디자인을 경쟁력으로 한 B&O의 전략은 당시 시장 환경에서 충분히 생존 가능한 모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히 애플의 대세가 시작된 후 전자기기 시장에 번지기 시작한 '소프트웨어' 트렌드는 B&O의 경영진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음향 기기의 특정 사양이 변한 것이 아니라 음악 소비의 패턴까지 바꿀 수 있었던 소프트웨어였기에, 이런 굵직한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어쨋든 이러한 이유로 B&O는 '소프트웨어' 부문에 직접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새로 생긴 소프트웨어 팀은 B&O의 기존 디자인 팀과 잦은 마찰을 겪게 된다.

이번 녹음의 토론 주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과연 소프트웨어에 이만큼 투자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옳은 방향이었을까? 그리고 B&O의 예처럼 소프트웨어와 같은 새로운 분야를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추가할 때 중요한 적절한 변화는 어떤 모습일까?


새로운 기술, 또는 새로운 역량에 대한 투자에는 항상 비슷한 고민이 존재한다.

'우리가 직접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남으로부터 사오는 것이 더 좋을까?'


두 옵션이 갖고 있는 장단점이 상이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 결정은 회사의 상황을 고려해서 내려져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결정에 도움이 될 만한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이 역량이 단기적으로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인가?'

당연히 장기적 필요성이 높을수록 ROI 측면에서 보았을 때에는 직접 투자가 더 나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다고 확신을 할 수는 없는게, 장기적으로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만 일정 레벨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같은 소프트웨어 역량이라고 하더라도 홈페이지 구축과 검색엔진 개발은 전혀 다른 투자 규모를 필요로 한다. 특히 검색엔진, 혹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AI기술 등은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시장의 평균 수준을 맞추기만 하는데도 큰 투자가 요구된다.

만약 B&O에서 생각한 소프트웨어의 활용이 트렌드를 맞추는 정도에 그쳤다면, 직접 투자 보다는 외주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일정 퀄리티를 보장 받으면서도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이 역량이 범용화 될 수 있는 부분인가? 아니면 회사에 맞춘 세부적인 커스토마이징을 요구하는 부분인가?'

당연히 모든 역량은 어느정도의 커스토마이징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커스토마이징을 위해 얻을 수 있는 가치와 여기에 투자되는 비용을 따로 계산 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많은 회사들이 자신들의 환경에 딱 맞는 IT 시스템, 홈페이지 등을 구축하기 위해 프로젝트성 개발업체(SI)에게 일을 의뢰했다. 그러나 지금은 더 많은 시스템들이 범용화 되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 되고 있다.

B&O 케이스의 경우 이 포인트가 특히 중요하게 느껴졌다. 특별하고 앞선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조 공정을 직접 관리했던 것처럼 소프트웨어도 남다른 디자인 속에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커스토마이징이 필요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범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위해 디자인을 수정해야 한다면, 그것은 B&O에게 매우 치명적일 수 있었다.


'이 역량의 러닝커브 곡선은 어떤 모습인가?'

새로운 역량을 회사에 도입할 때 회사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가정 중의 하나가 바로 학습곡선이 선형적일 것이라는 가정, 즉 시간이 지나며 일정한 속도로 역량이 발전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반면 실제로는 이 가정이 맞는 경우는 드물다. 러닝커브는 초반에 지지부진하다가 갑자기 증폭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고, 초기 학습은 빠르다가 중간 단계에 들어가며 지지부진해지고, 어느 포인트를 넘어가면 다시 학습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고 사업계획에 맞춰 투자를 진행해야 타이밍이 어긋나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B&O 케이스를 보면 분명 회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소프트웨어 부문이 회사에서 자리를 잡는데 훨씬 오래 걸렸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소프트웨어'가 B&O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의 구매평가 요소에서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느린 속도에도 B&O가 큰 어려움에 빠지지는 않을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상황에서도 과연 '소프트웨어'에 대한 큰 투자가 필요한건지 의심이 안 들수 없다.


이 외에 다음과 같은 질문들도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이 역량은 경쟁 환경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가?'

'이 역량을 기존 제품/서비스의 향상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신규 비지니스 창출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한편, B&O 케이스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디자인'을 핵심 경쟁력으로 갖는 이 회사가 '디자이너'를 정직원으로 고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회사는 외부 디자이너를 프리랜서 형식으로 계약하여 디자인을 만들고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디자이너는 자유로워야 더 좋은 발상이 가능하다는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으로부터 받는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은 아주 간단하게만 명시된 B&O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성있는 디자인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 디자인이 채택되어 B&O의 엔지니어들과 제품 개발을 할 때도 일반적인 외주업체가 갖는 '을'의 위치가 아닌 절대권력을 가진 상태에서 Design First 철칙에 맞춰 일을 진행했다.


핵심경쟁력은 내재화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런 측면에서 보면 B&O의 제품 경쟁력은 디자인이겠지만,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디자인'이 아닌 '디자이너와 함께 일을 하는 능력' 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개성있는 프리미엄 전자제품 기업 Bang and Olufsen.

그들이 2000년대 중반 가졌던 고민에 대해서 팟캐스트를 통해 들어보자.


에피소드: 24, 25회 - [케이스 스터디] Bang & Olufsen

패널:

- 신작가: '어떻게 경영을 공부할 것인가?' 저자

- 최팀장(국내 대기업 & 스타트업 경력 서비스 기획자)

- 석박사(글로벌 전략 컨설팅 출신 마케터)

청취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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