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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노 Jun 24. 2020

외로움 다루기


가장 외로운 시간은 퇴근 후.


9시부터 6시까지 쉴틈 없는 업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뭔가 모를 허무함이 밀려온다. 힘이 없는데 그렇다고 집에 가서 쉬기는 싫고 또 무언가를 하자니 피곤하다. 그렇데 터덜터덜 집까지 걸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곧장 화장실로 들어가 손, 발을 씻고 밥을 먹는다. 퇴근 후에 블로그도 하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할 것은 많은데 휴대폰만 드러다 본다. 인스타에 들어가 초점 없이 바라보다가 유튜브를 뒤적거리다가 또 생각 없이 어플들을 하나씩 들어가 확인을 해보다가 그렇게 퇴근 후의 하루가 끝난다. 지루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스마트폰 세계의 자극 거리를 찾아서 뒤적거리다가 씻지도 못하고 그렇게 갈증이 난 것처럼 더 재미난 것들을 찾아 헤맨다. 외로운 걸까. 옆에 사람이 있다면 덜 할 것 같긴 하다. 사람은 만나고 싶지만 아무나 만나기는 싫다. 대화는 하고 싶지만 텅 빈 깡통 같은 대화는 싫다.  사실 나도 나를 모르겠다. 그냥 지친 건지도 모른다. 무엇 때문에 지쳤냐고 물어본다면 특별하지 않은 내 일상 속에서 오늘도 폰만 만지고 있는 나 자신에게 지친 걸 지도 모른다. 


특별한 것을 찾고 싶었다. 그런데 특별한 것이 뭘까. 사실 모르겠다. 하늘이 왠지 모르게 파랬다면 특별한 거고 맛있는 음식점을 찾았다면 그것도 특별한 것인데 그저 흐리멍덩한 내 초점에 맞춘 세상이 특별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른다. 


지치고 힘들 때 굳이 힘내려 하지 않는다. 굳이 벗어나려고 하지도 않는다. 지친 이유는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이다. 이런 두리뭉실하고 울적한 감성으론 공원 벤치에 앉아 노래를 들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외로움은 이때만큼은 즐기게 된다. 외로움을 벗어나려는 것보다 외로움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멍하니 폰을 만지다가도 '그래도 오늘은 마음껏 재미난 것들을 봤네.'라고 자책하기보다는 위로를 해주곤 한다.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와서 그런지 기분까지 더 추적추적 거린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 글쓰기 참 좋은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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