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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노 Apr 02. 2020

친구야, 힘들면 얘기해

친구 두 명이 동시에 우울하다고 연락이 왔다

친구 2명이 동시에 연락이 왔다. 한 명은 이틀에 한 번은 꼭 연락을 하는 친구였고, 한 명은 가끔 연락하고 지내지만 항상 먼저 연락을 주는 고마운 친구였다. 둘 다 우울하다는 얘기를 했고 이유는 다른 듯 비슷했다.


한 친구는 코로나 때문에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고, 인스타를 보면 다른 커플들은 데이트도 잘하고 다 즐거워 보이는데 자기는 그게 안되고 남자 친구 하고도 자주 못 보니까 우울하고 힘들다고 했다. 다른 한 친구는 일과 학교를 병행하는데 너무 지치고 삶에 낙도 없고 무기력해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고 했다.


난 요즘 에세이 책을 본다. 남자 친구와 헤어진 후 우울증 증세가 최고조였는데 이대로 우울의 늪에 빠져있을 수는 없어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고민을 하던 중 에세이를 접하게 되고 얼굴도 모르는 작가가 해주는 위로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고, 기분이 한결 가벼워져서 꾸준히 읽고 있다. 우리가 살을 빼려면 운동을 하고 식단 조절을 해야 되듯이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우울증의 원인을 찾고 우울에서 벗어나려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난 우울함을 해소시킬 대상을 에세이로 정한 것이다.


그다음으로 행복 찾는 연습을 했는데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감사일기를 쓰다 보면 정말 별거 아니었던 일상이 행복 그 자체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내가 너무 익숙해서 몰랐던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은 종종 불행한 지금을 비유하며 과거가 행복했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중학생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뛰어놀던 초등학생 때가 좋았는데.. 고등학생 때는 입시 걱정 없던 중학생 때가 좋았는데.. 대학생 때는 고등학생 때 친구들이 좋았는데 지금 친구들은 정이 안가.. 직장인이 되어서는 돈 벌기 거지 같은데 나 스스로를 책임질 필요가 없었던 학생 때가 좋았던 거구나 하고 생각이 든다. 그렇게 보면 지금의 나도 나중에 30-40대가 되었을 때 아 그때 좋았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럼 결론은 지금도 좋은 상황이라는 거겠지. 꼭 시간이 지나서야 좋았던 것을 깨닫다니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서 그때가 좋았던 거구나 라고 깨닫기 전에 지금 그 행복을 느끼며 살아보자고.     


근데 난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없었다. 그저 내가 위로를 받았던 책의 구절을 읽어주는 것 밖에는. 같이 힘내 보자고 뻔할 수 있는 위로를 해주는 것 밖에는. 외로움 구덩이의 깊은 곳까지 허우적 대다 보면 세상의 빛을 보려고 다시 나오려고 할 때 깊은 곳에서 다시 지상으로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므로 더 깊어지기 전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친구들이 더 깊어지기 전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힘들고 우울하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혼자서만 짊어가려 하지 말고 주변에게도 나의 상황을 알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 나빴던 기분이 조금이라도 덜어지니까. 우울의 감정은 속으로만 앓고 있었을 때보다 말로 꺼내거나 글로 적어 보았을 때 생각보다 심각한 것은 아니었구나 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난 친구들이 힘든 게 있다면 꾹꾹 참지 말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물론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대하듯이 힘들기만 하면 연락하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다행이게도 내 주변엔 그런 친구들이 없다는 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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