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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노 Jul 12. 2020

조금만 생각해보면 다른 말

내가 하는 말들은 괜찮은 줄,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말들은 괜찮을 줄 알았다.

덧니가 있어 콤플렉스였던 나에게 주변 친구들은

"넌 무표정일 때가 이뻐. 웃지 마."라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늘 이런 말을 들어왔던 터라 기분 나쁘다고 느낀 적도 없었는데,

덩달아 난 웃는 게 이상하니까 무표정이 이쁘니까 웃을 때 입을 가리고 웃거나 특히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는 말할 때도 이가 보이니 최대한 입을 오물거려서 말을 해서 내 덧니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어느 날 얼굴 비대칭 관리를 받는데 관리사분이 많이 웃어야 얼굴이 이뻐진다고 예노 님도 환하게 많이 웃으라고 했다.

관리사분에게 어렸을 적에 들었던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전 무표정인 게 더 낫다고 들어왔다고 하니, 관리사 분은 정색을 하며

"세상에 그렇게 무례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니에요. 예노 님은 웃는 게 제일 이뻐요."

라고 하는 것이었다.


조금 놀랬다. 그동안에 내가 받아왔던 반응이 아닌 다른 반응이 나왔기에. 그리고 너무나도 익숙하게 받아들여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말이 실은 정말 이상한 말인 것을 깨달았기에.

난 웃으면서

"아. 친구들이 나쁜 뜻으로 한건 아니고 장난으로 얘기한 거예요~ 그럼 저 많이 웃을게요."

라고 대답을 했는데 이렇게 관리를 받고 나온 뒤 앞전의 대화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을 해보았다.

늘 들어왔던 일상적인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던 말이 누군가에겐 무례한 말이었던 것이고,

나도 그 무례함을 느끼지 못한 채 그걸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겉으로는 상처를 안 받은 줄 알았지만 이는 나의 가리기 급급한 습관으로 굳어졌고,

결국은 그런 무례한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도 나의 무지함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살다 보면 너무나도 익숙해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문장들이 많다. 하지만 조금만 파고들면

굉장히 예의에 어긋나는 문장이란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나도 생각지도 못하게 남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진 않았을까.'

내가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은 아닌데 알고 보니 무례한 말이었고 이 말에 상처를 받는 이들이 꽤 여럿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들도 역시 익숙하게 들어왔던 말이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상황에 화를 내지도 못하고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남들도 다 아무렇게 않게 쓰는 말이어서 몰랐지만

우리의 주변에는 익숙하게 받아들여선 안 되는 말이 많다.

조금의 거슬리는 단어나 문장이 함유되어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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