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다가올 아빠의 생신을 위해 여름휴가를 써서 고향에 내려왔다.
고구마 케이크와 얼마 안 되는 용돈을 봉투에 넣어 준비해 갔다.
생각해보니 부모님의 생신을 챙겨드리지 못한 지 정말 오래되었다.
멀리 떨어져 있다는 핑계로 전화만 드리고 그렇게 아무 일도 아닌 듯이 지나쳤을 몇 번의 생일.
오랫동안 생신을 챙겨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이번만큼은 챙겨드리자는 생각으로 내려왔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아하시는 것이었다.
말로는 항상 선물은 쓸 때 없이 사 오지 말라고 하고, 돈도 없는데 무슨 돈이냐고 그러지만
케이크 초에 불을 붙이고 돈을 들고 사진을 찍는 아빠의 표정을 보니 정말 행복해 보였다.
사진 속의 아빠의 미소를 보며 지금까지 뭐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싼 것을 사드린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드린 것도 아니고
고작 고구마 케이크 하나와 오만원권 두장이었을 뿐인데
그렇게 행복해하시고 엄마는 삼촌, 친구들한테 연락을 해서 자랑을 하고.
참 이게 뭐라고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지나쳐왔을까.
생각해보면 그동안의 남자 친구 생일이나 친구의 생일은 그토록 살뜰히 챙겨 왔으면서.
자주 집에 내려오지는 못하지만 생신과 어버이날, 명절만큼은 꼭 내려와서 가족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과 집 근처 저수지로 산책을 가고 두 분의 뒷모습을 찍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변경했는데
친구가 보더니 아버지 맞냐고 아버지 아닌 줄 알았다고 말을 했다.
1-2년 사이에 너무나도 바뀐 아빠.
왜소해지고 굽어진 등이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
부모님만 보면 마음이 왜 찡해지는 건지. 이 먹먹해지는 감정이 싫어서
그냥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뚝뚝한 딸이 말 한마디 이쁘게 하지는 못해도
조금이라도 더 자주 연락하고 조금이라도 더 자주 뵙고,
그러는 게 효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