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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노 Jul 19. 2020

혼자 밥을 먹는다는 건

난 일주일의 대부분을 혼자서 밥을 먹는다.

아니 아마 일주일에 한두 번 있을 듯 말듯한 약속을 제외하곤 모든 삼시 세 끼를 혼자서 먹는다.

혼자서 먹는 이유는 혼자 밥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보다는

그냥 밥 한 끼를 먹기 위해서 같이 먹을 사람을 찾고 누군가와 연락을 하고

약속을 잡고 그렇게  한 끼를 먹는 과정이 귀찮다고 느껴진다고나 할까.

물론 혼자가 아닌 같이 대화를 하면서 식사를 한다는 건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매번을 그렇게 같이 식사를 할 사람을 찾는 것도 힘들다.


한 끼를 먹더라도 맛있는 걸 먹고 싶은 나는 식당에 가서 혼밥을 자주 먹는다.

맞벌이 부모님의 밑에서 자라 혼자서 하는 것에 대해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다지 혼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밥을 먹던지 카페를 가던지 쇼핑을 하던지 영화를 보러 가는 것들.

혼자 밥 먹는 건 아무렇지도 않지만 가끔 혼밥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뿐이다.


중학생 때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피자가 먹고 싶어 진 나는

근처 피자가게에서 피자 몇 조각을 사 와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피자를 먹었다.

이 얘기를 들은 친구는

“야. 대단하다.. 넌 혼밥의 대가이구나.”

라고 말했다. 사실 혼자 먹는 게 뭐가 그리 대수일까.


혼자 맛집이든 어디든 잘 가는 나였는데 언제부턴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후토마끼 집에 갔더니 혼자 들어온 나를 보고

“두 분이세요?”

라고 하는 것이었다.

한분이냐고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몇 명이냐고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혼자 갔는데 두 명이냐고 물어보는 건 뭐람.

이런 적은 파스타집에 갔을 때도 있었다.

두 분이냐고 묻는 점원의 말에 한 명이라고 말하니 적잖이 당황해 보였다.

왜 당연히 두 명이라고 생각하는 거고 혼자라는데 왜 당황하는 건지도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저 난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을 뿐인데, 참으로 불편한 식사이다.

요즘 혼밥 문화가 잘되어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1인 가구의 비율은 (2020.7월 검색 기준) 전체 비율의 29.3%를 차지한다.

즉 10가구 중에 3가구는 1인 가구라는 뜻이다.

하지만 식당에서 보게 되면 패스트푸드점이나 손님이 별로 없는 한적한 식당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테이블은 2인 이상을 이루고 있다.

1인 가구가 그만큼 많은데 왜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은 찾기가 힘든 걸까.


내가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의 화사는 혼자 곱창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이며 곱창 신드롬을 일으켰다.

곱창이 대유행을 하는 바람에 한동안은 곱창을 먹으러 가기도 힘들었는데 곱창은 유행했지만

화사의 혼자 곱창을 먹는 건 대유행을 하지 못했나 보다.

사람들의 인식에선 아직도 분식집이나 라멘집 정도는 혼밥을 하긴 쉬워도

곱창이나 구워 먹는 고기 종류는 혼자서 먹기엔 힘든 식사 종류 중 하나이다.

고기는 혼자서 2인분도 거뜬한데 말이다. 음 이건 나만 그런가?


혼밥을 하든 둘이서 밥을 먹든 여럿이서 밥을 먹든 함께 하는 대상도 중요하지만

내 주체가 가장 중요한 것인데 이런 주체적인 식사를 너무 꽉 막아 놓은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요즘 식당들은 혼밥 하기 좋은 곳이라는 타이틀을 걸어놓기도 한다.

혼밥 하기 좋은 식당, 혼술 하기 좋은 곳.

그런데 혼밥 하기 좋은 곳은 누가 정해놓았나. 이 말은 즉슨 보통의 식당에선 혼자 하기엔 불편한 곳이라는 뜻도 된다.


혼자 하는 것들은 멋진 것도 아니고 대단한 것도 아니고 쓸쓸한 것도 아니다.

그냥 혼자 먹는 게 좋아서, 또는 아무 이유 없이 혼자 먹고 싶어서, 타인과 함께 먹고 싶지만 같이 먹을 사람을 찾지 못해서 등.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한다.

‘혼자’서 한다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거두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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