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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노 Jul 05. 2020

소개받으실래요?

"예노 씨 요새 연락하는 남자는 없어요?"

"네. 없어요. 그냥 회사와 집의 반복이에요. 이제 소개받을 곳도 없네요."

"제 아는 지인분의 후배인데.. 소개 한번 받아볼래요?"


얼굴 비대칭 관리를 해주는 관리사분의 소개였다. 블로그 체험단으로 인연이 되어서 좋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관리를 해주고 꽤 친해진 관리사분이었다. 관리를 받으면 이런저런 얘기를 하곤 하는데 대부분의 얘기들은 옛 연인, 주변 사람들에 대한 얘기였다. 그러던 중 관리사님이 소개를 해드리고 싶다면서 말을 꺼냈다. 고민을 하다가 소개를 응하기로 했고 연락처를 받아 연락을 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연스러운 만남이 힘든 것 같아요. 소개가 아니면."


대학생 때는 여러 가지 활동들도 하고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면 졸업을 하고 일을 하다 보니 사람을 만날 시간도 기회도 없는 것 같다. 사실상 시간이나 기회는 그저 핑계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냥 지금 내 상황은 그렇다. 원래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였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없으니 인위추(인위적인 만남 추구)가 되어버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을 만나는 게 힘들어지고 사람을 만나는데도 더 신중해진다. 이렇게 인위적인 만남이라도 내 곁에 소중한 사람을 둘 수 있다면 그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소개를 받아 잘된다면 마냥 인위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어쨌든 시간과 공간과 주선사와 모든 상황이 맞물려서 인연을 만들어 낸 것이니까.


어렸을 적에 나는 사람을 먼저 찾는 법이 없었다. 찾지 않아도 사람들이 내게 몰려들어서가 아니라 굳이 먼저 다가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컸다. 나와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찾아가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너무 보잘것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가 급해지니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종종 연락도 먼저 하고 퇴근 후에 가질 수 있는 소소한 모임 같은 것도 찾아보고  아마 지금이라도 떠나간 흔적들을 메우고 싶었나 보다. 


최근 몇 달 동안 소개를 받은 건수는 3번인데 잘 맞지 않아서 금방 연락이 끊기었다.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걸 느낄 정도면 더 시간만 끌어봐야 낭비라고 생각이 들어서 또 그새 스쳐 지나간 인연들이 많다. 


사람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봐야 하는지 이 사람과 얼마나 연락을 해야 하는지 내가 뭐라고 이렇게 나에 맞춰서 비교를 해봐도 되는 건지 모르겠는 요즘이다.


이번 소개도 어떨지 모르겠지만 꽤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외적인 것보다 내면이 나와 잘 맞는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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