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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노 Sep 03. 2020

아르바이트하면서 만났던 어른

나의 첫 알바는 중학생 때 분식점 서빙이었다.

첫 출근날 손님에게 드릴 찌개를 들고 가는데

부글부글 끓어올라 여기저기 국물이 튀는 것을 보며

긴장해서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걸어가서 테이블에 놓는 순간

그만 보글보글 끓던 찌개의 국물이 내손에 튀어 놀라서 놓쳐버린 것이다.

덜컹거리면서 놓인 찌개는 반동으로 손님 쪽으로 튀어올라 바지를 적셨고

손님은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너무나도 놀란 나는 동그래진 토끼눈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죄송하다고 하며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러자 같이 온 일행이 바지를 적신 손님에게 물티슈를 건네주며


"괜찮아요. 얘 원래 흘리면서 먹는 거 좋아해요."

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지에 묻은 국물을 물티슈로 급하게 닦는 손님도

"괜찮아요. 조금밖에 안 묻었어요."

실수한 건 난데 두 분이서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웃어주었다.


저 두 분을 보면서 너무나도 감사했고

나도 저렇게 멋있는 어른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를 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 들의 눈엔 안절부절못하는 작은 중학생 소녀가 보였을 것이다.

그는 진정 어른스러운 어른의 마음으로 용서를 해주었고

흘리면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유머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세상엔 아르바이트생들을 하대하는 어른들이 너무나도 많다.

나이만 먹었지 과연 그들이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른이라는 것은 어리거나 약한 자들을 보듬어 줄 수 있고

그들이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그들의 편에 설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다.

실수를 꼬집고 화를 내고 상처를 주는 사람이 어른이 아니다.


나는 중학생 때 분식집에서 진정한 어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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