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의 출근길
뼈만 남은 안쓰러운 나뭇가지들이 즐비한 그 거리
매서운 바람이 면도날 같이 뺨에 생채기를 낸다
차갑고도 딱딱한 콘크리트가 발밑으로 진동을 타고 올라와 전해질 때
문득 뭉텅한 것이 밟혀 발아래를 쳐다본다
그것은 말라비틀어진 생쥐 한 마리의 죽음
유일하게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몸통의 두배만 한 긴 꼬리
잔인하게 짓밟혀 납작해진 형체가 두려워
이내 시선을 돌려 가던 길을 간다
그것은 아마 하찮은 존재라서 그런 것이겠지
한 겨울의 퇴근길
여전히 그 자리 싸늘하게 죽어있는 생쥐 한 마리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간 자리엔
생쥐의 죽음을 비켜나간 자리가 선명하다
그 누가 생쥐의 죽음을 애석하게 바라볼까
그 누가 생쥐의 죽음을 황량하다 생각할까
아무나 저 생쥐의 눈을 가려주었으면,
한 발자국도 안 되는 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차갑고도 잔인한 시선을 피하게 해 주었으면
이젠 그 보드라운 털마저 콘크리트 바닥의 일부가 되었을 때
생쥐는 영원히 사라졌다 이생에서
그것은 하찮고도 별 볼 일 없는 한 겨울 생쥐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