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노 Apr 14. 2020

방음이 안 되는 원룸

코 고는 건 내가 아니라 옆집이야

내가 사는 원룸은 6평 정도 되는 작은 원룸이다. 그래도 주방도 분리되어 있고 빨래를 널 수 있는 아주 작은 베란다도 있어서 만족하며 살고 있다. 이 집에 이사를 온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월세였다. 집을 보러 다니면 물이 잘 나오는지 봐야 하고, 햇빛도 잘 들어오는지 체크를 해야 하고, 곰팡이 핀 곳은 없는지, 이곳저곳을 살펴보지만 결국엔 월세가 1순위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저렴한 월세가 가장 마음에 들어 이사를 온 이 집. 회사 하고는 걸어서 15분 거리라 너무나도 편하다. 점심시간만 되면 뛰어서 집에 와서 밥을 먹고 간다. 10분을 좀 넘게 걸어가다 보면 이마트 트레이더스. 반대방향으로 15분을 넘게 걸어가다 보면 이마트. 걸어서 5분 거리엔 지하철도 있다. 정말 주변 교통수단과 편의시설은 끝내준다.


근데 한 가지 정말 불만족스러운 게 있다면, 방음이 안된다는 것이다.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옆집 이웃과 같이 동거하는 수준이다. 매일 뭘 하는 건지 쿵쾅거리는 소리들과 문 닫는 소리, 세탁기 돌리는 소리까지 들린다. 몇 시쯤에 새벽에 깨서 화장실을 가는지 생활패턴까지 알 수 있을 정도다. 한 번은 친구가 자취방에 놀러 와 하룻밤 자게 되었는데 옆집의 코 고는 소리를 내가 고는 줄 알고 착각했다고 한다. 근데 그 소리뿐만 아니라 코 고는 진동까지 느껴진다고.. 여기 원룸 벽은 그냥 종이 한 장으로 이루어져 있나 보다. 귀마개를 착용해도 코 고는 소리가 들릴 정도면 그냥 우리 집에 동거인이 있다. 좋게 생각하면 사람향기가 많이 느껴지는 집이라 혼자 있을 때 무섭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면서, 아파트 위층 소음으로 사람까지 죽인 기사를 보았을 땐 소음은 정말 큰 문제라 생각이 든다.


역시 월세를 1순위로 바라본다면 이런 문제들이 생긴다. 그럼 어떡해야 하나. 다시 집을 구할 수고 없고, 이 집이 자취생활 6년 동안에 4번째 이사인데.. 이제 이사할 힘도 없다. 집을 찾는 것보다 돈을 모으는 게 더 빠르겠다. 사실 그것 또한 빠르진 않아서 그냥 이 방음 안 되는 집을 사람 냄새 풀풀 풀기는 집이라 세뇌를 시키면서 살아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욕은 내 것이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