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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노 Apr 19. 2020

사랑의 조건

조건이 많아지니까 안 사랑하잖아

우리는 드라마나 연애소설을 보게 되면 이런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날 조건 없이 사랑해줄 수 있니?"

사랑에 무슨 조건이 있으리. 돈도 집안도 학벌도 사랑 앞에서는 조건은 되지 못하는 것이지. 우리는 조건 없이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솔직히 외모 따지고 몸매 따지고 집안 따지고 하는 사람을 누가 만나고 싶을 까. 그런데 우리는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조건을 만들어가며 사랑하려고 한다. 사랑할 조건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날씬한 몸매와 인정받는 직업, 남들이 부러워할 라이프 생활 등 남들의 이목을 끌고 부러워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자격요건이 되었을 때만 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려고 하지 그전엔 자신을 채찍질한다.


"난 왜 이 정도밖에 안될까."

"왜 난 그 사람이 한 말에 한마디도 못하고 멍청하게 있었을까. 정말 한심하다."


자신을 바닥까지 깎아내린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잘하는 거야.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뭘.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저 조금 실수했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자신을 낮춰버리니 우리는 나 자신을 사랑하기가 너무나도 힘들다. <나 사랑하기> 계약서에 이미 많은 조건 문항들을 달아놓아서 하나하나 지키지 못할 때마다 사랑할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일이 서툴러 부족한 나 자신을 채찍질해서 일이 능숙해진 나 자신을 사랑하려 하지 말고 열심히 하고 있는 내 모습을, 그 과정을 사랑할 수는 없는 걸까. 


그렇게 난 오늘 조건이 없는 <나 사랑하기> 계약서를 만들어 실행하려고 한다. 


"예노야. 집에서 청소도 하고 예능을 보면서 웃고 즐기고 블로그도 하고 이렇게 브런치에 멋진 글도 쓰고 있구나. 오늘 하루도 보람차게 살았구나. 정말 잘했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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