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 좁은 편이었지만 테라스를 통해 론다의 골목길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스페인어도 그냥 즐겁게 느껴졌다. 보기만해도, 듣기만해도, 냄새만 맡아도 즐거워지는 것, 자꾸 웃음이 비실비실 배어 나오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이니까. 아래층 바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왁자한 목소리를 침대에 누워 듣다가 골목 구경을 하러 방을 나섰다.
이곳 론다를 ‘사랑하는 연인과 머물러야 할 가장 로맨틱한 도시’라고 말했던 헤밍웨이는 여름이면 론다에 와서 살았다. 절벽 가장 자리에 있는 가파른 길은 헤밍웨이가 산책했던 길이다. 어쩌면 론다는 헤밍웨이 덕분에 더 유명해진 도시일 것이다. 하지만 론다의 어딜 가도 이곳은 헤밍웨이가 지냈던 집, 헤밍웨이가 자주 들른 카페, 헤밍웨이의 길이라는 표시는 없었다. 론다는 헤밍웨이를 팔아 장사를 하지 않는다. 헤밍웨이가 그런 것처럼 그냥 사랑하는 것이고 스스로 찾아 오는 이를 반기는 것 뿐이다. 그것이 어쩌면 론다를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