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행은 항상 ‘너머’를 꿈꾸고 찾아가는 길이었다. 시간 너머, 공간 너머, 일상 너머, 내 마음 너머. 그 너머에 무언가 있을 것 같은 기대. 만나면 얼마나 가슴 벅찰까, 그런 기대가 떠나게 만드는 힘이었다. 바다를 가리키고 있는 마르코폴로의 동상 아래 원형 교차로를 자동차로 돌다가 혼자 재미있는 상상을 했다.
교차로를 돌 때마다 내게 새겨진 아픔과 슬픔, 외로움이 하나씩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한 바퀴에 슬픔 하나, 두 바퀴에 외로움 하나. 껍질처럼 하나씩 하나씩 벗겨진다면! 군더더기도 없이 말끔하게!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고 혼자 피식 웃으면서도 나는 어느새 열두 바퀴째 돌고 있었다.
람블라스 거리의 골목을 돌고 돌다가 카사밀라를 가리키는 작은 표지판을 찾았다. 그녀는 스페인으로 넘어오기 전부터 카사밀라를 보고 싶다고 말했었고 나도 가우디의 건축물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리는 대상이었다. 우리는 둘 다 약간 들떠 있었다. 잠시 쉬어갈 생각으로 표지판이 붙어있는 카페에 들어가 에스프레소 한잔을 주문했다.
'Would you like sugar?'
설탕이 필요하냐는 점원의 말이 순간적으로 그녀를 좋아하냐고 묻는 것처럼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아무 말도 않고 점원을 쳐다봤다. 점원은 내가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했는지 어깨를 으쓱한다. 커피와 함께 설탕통을 건네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