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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종훈 Mar 30. 2021

미디어 아트로 보는 우리 절-속초 신흥사

미디어 아트로 보는 우리 사찰 1

#1

함부로 누구를 만나기도, 마음 편히 여행을 다닐 수도 없지만 방랑의 기운이 목까지 차오르면 답답함에 두통이 먼저 찾아왔다. 이번 겨울 특히나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을 골라 새벽길을 나섰다. 해는 떴지만 차문을 열자마자 찬 바람이 얼굴을 긁고 지나갔다. 


신흥사는 막연히 상상했던 모습과 너무나 다른 곳이었다. 가파른 산에 자리잡아 오르내림이 많은거라 생각했는데 일주문부터 펼쳐진 광대함이 가슴과 눈을 시원하게 했다. 천왕문을 지나 돌아서니 구름없는 짙푸른 하늘이 바다처럼 보였다. 순간 산에도 바다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2

언제나 강원도로 길을 잡으면 바다가 우선이었고 바다를 바라보는 절을 찾는 것이 일상이었다. 바다를 등지고 산을 바라보면 사실 그 안에 더 많은 아름다운 사찰이 있음을 알면서도 늘 눈은 바다에 있었다. 


삶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빛을 등지는 일이 없길 경계하면서도 내 몸으로 모든 빛을 가려 더 나아가지 못할 때 정신을 차린 날이 많았다. 빛이 있어야 세상을 볼 수 있는데 자신 스스로 그 빛을 가리고 살고 있지는 않을까?


#3 A (아티바이브 적용 그림)

어느 곳으로 눈을 돌려도 차갑고 진한 겨울 하늘이 경내 모든 전각을 더 두드러지게 만들고 있었다. 극락보전 계단 앞에 멈췄다.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온 것은 극락보전 정면 문에 그려진 노란색 바탕의 천녀 그림이었다. 구름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과일이 든 쟁반을 든 모습이 아미타부처님에게 공양하는 순간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입체 영상처럼 구름이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4  A (아티바이브 적용 그림)

정갈하게 빗질한 마당을 조심스럽게 걸어 경내를 돌아보니 고운 모래가 펼쳐진 바닷가를 산책한 기분이었다. 천왕문을 빠져 나와 합장하고 이어폰 꺼냈다. 내려가는 길은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걷고 싶었다. 


하루 묵으며 깊은 밤의 고요함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사뭇 아쉬웠지만 바다를 닮은 절집을 만난 인연이 즐거웠다.


<위에 있는 그림에는 증강현실 미디어아트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아티바이브 앱을 다운 받아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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