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보건복지위 국정감사 질의서를 만들면서 느낀 생각들
19년 2월 장애인 당사자 단체에 입사했다. 이후 6년 간 3개 부서를 거치며 여러 경험을 했다. 전국 17개 시도협회와 230개 지회의 다양한 사업을 살펴봤다. 또,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지역사회 장애인 행사에 참여했다. 법인 종합감사반으로 단체와 시설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익혔다.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선 행정과 회계를 알아야겠단 생각에 부서를 옮겼다. 예산과 결산을 보면서 전반적인 기관 운영을 알게 됐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어떻게 돈을 제대로 받고 쓰는지도 배워갔다. 공문 작성도 자신감이 붙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장애인 복지 현장은 문외 했다. 그래서 부서를 또 옮겼다. 기자일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역내 다양한 장애인 이슈를 알아갔다. 여러 사람과 통화하고, 보도자료도 받아가며 사회복지사로서 모양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뒤 난 아예 완전히 다른 곳에 오게 됐다.
현재 내가 근무하는 곳은 국회다. 정확히는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 때 수행 비서관으로 2달간 일했었다. 그시절과 달리 지금은 정책 관련 업무를 맡았다. 물론, 그 외 다른 일도 다양하게 하고 있다.
이곳은 매년 9월이 되면 정기 국회가 열린다. 국회의 주요한 업무 중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가 이 기간 시작한다. 대략 한 달간 각 상임위의 현안과 정책에 대한 여야 국회의원의 질의가 쏟아진다. 모든 회의는 생방송으로 송출되며, 국민적 관심을 일으킨다. 이때, 상황은 똑같지만, 관점과 자료의 완성도에 따라 국회의원의 질의가 달라진다.
그 현장에 나도 어쩌다 보니 서있게 됐다. 주로 장애인 복지 정책과 현안 질의를 준비하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기사를 본다. 장애계 언론사인 소셜포커스, 에이블뉴스, 더인디고, 비마이너, 웰페어뉴스 등을 먼저 살핀다. 그 이후 빅카인즈 같은 뉴스 통합 포털에서 '장애인'이란 키워드와 함께 언론사, 기간, 필수 단어 등을 추가로 설정한다.
때론 발의된 법안들을 본다. 원안부터 검토보고서 각종 회의록까지 읽다 보면 시간은 훌쩍 가버린다. 국회의원의 말이 정책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때론 이런 회의록을 보면서 실감케 된다. 텍스트가 이해가 안 될 때면, 영상회의록으로 회의 분위기를 읽어보기도 한다.
기사를 통해 장애계 이슈를 찾아내고, 발의된 법안을 통해서 국회에서 장애인 복지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질지를 예상해 본다. 일단 여기까진 어떻게든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당장 국정감사에 사용될 질의서를 작성하기엔 내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매일 아침 일찍이 출근해 늦은 저녁까지 가장 많이 키보드에서 누르는 게 백스페이스(지우기)다. 내가 적고도 논리가 맞지 않는다. 너무 지엽적이다. 또, 너무 거대한 담론 같아 보인다. 책임지지 못 할 말 같다. 물론,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은 있다. 현황, 문제점, 질의, 대안 등이다.
맨 처음 질의서를 어떻게 작성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내가 판단해야 한다. 그러면서 선임분들의 피드백과 빌드업을 토대로 더욱 완성도 높은 질의서가 만들어지는 거 같다. 얼마나 깊이 들어가야 할지, 넓게 다루어야 할지 그 기준이 참으로 아리송하다.
살다보니 내가 언제 이렇게 세상 일에 관심을 많이 가져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삶의 집중과 태도의 농도가 제법 짙어질 때가 되면, 내가 타버릴지 아니면 더욱 깊어질지 기대가 되는 시기다.
아직은 많이 부족해 보이는 질의서를 보면서, 더 추가할 것은 없을지 뺄 것은 없을지 고민되는 밤이다. 그러면서 오래간만에 옛 글을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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