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사회복지사 이야기
어느덧 국회에 온 지 96일째다. 보건복지위 국정감사가 4일 뒤 시작한다. 역대급 연휴라 불렸던 올해 추석연휴도 이틀을 나갔다. 얼마 되지 않는 질의서 작성에 온 정성을 쏟아붓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논리가 부족하다. 새로운 정보를 넣기 위해 인터넷을 뒤진다. 정제된 논리를 뒤엎을 만한 정보도 그닥 없다. 결국, 여기까지다.
사실 난 이번 국정감사에 모순된 입장을 갖고 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잘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반면, 장애인단체에서 경험한 6년이 생각보다 정책과 무관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곳에 와서 처음 UN CRPD에 대해 알게 됐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왜 필요한 지 그동안 몰랐다. 탈시설에 대해 공부하면서, 쟁점사항을 정리했다.
이제라도 알게 돼 다행이다. 지금부터 장애인 정책을 공부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에는 내 얄팍한 지식이 드러나게 돼 부끄러울 뿐이다. 한편으론 인생 전반으로 비추어 봤을 땐, 재밌기도 하다. 살면서 국회에서 일해 볼 경험이 또 올까 하는 생각이 한켠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국회에서 2달밖에 버티지 못해 그만두게 됐다. 그 이후 5년 뒤 다시 국회에서 일하게 됐다.
다시 온 기회를 난 잘 잡아보고 싶다. 여전히 부족한 게 많지만, 무엇을 채워가야 할지 길이 조금씩 보이긴 하다. 국회의정연수원에서 제공하는 국정감사 관련 전문강의를 4~5개 봤다. 강사는 평균 10년 이상 국회 보좌진으로 일한 분들이다. 이들이 그간 경험했던 국정감사를 어떻게 준비하는지를 알려줬다.
각자만의 노하우가 있지만, 한 가지 동일한 사항이 있다. 바로 담당 사무관의 캐비넷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는 자료요청이라는 엄청난 권한을 갖고 있다. 국회법에 근거하는 이 권한을 통해, 수많은 곳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대게 이 답변을 주는 사람이 사무관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실무의 정점에 서 있는 이들이 갖고 있는 자료를 받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 사실이다.
자료를 요청하는 보좌진과 어느 선까지 자료를 제출하는 사무관의 치열한 창과 방패 싸움을 통해 국회 보좌진으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위해선 먼저 무엇을 요청할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을 늘 갖고 있어야 한다. 아직은 이조차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 쟁점사항들을 정리하면서 내 나름 자료요청 리스트를 빌드업하고 있다.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게 될 이번 국정감사에도 정말 다양한 이슈들이 나올 예정이다. 이럴 때 일 수록 팩트와 출처가 중요하다. 이 팩트와 출처가 자료요청을 통해 대게 확인이 가능하다. 이번 국정감사 이후 자료요청을 매일 할 수 있도록 늘 고민해보려 한다.
혹시 내년 국정감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가 된다면, 정말 잘해보고 싶다. 현안, 문제점, 질의사항, 대안까지 마련한 논리 정연한 질의서 작성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아쉬움이 너무 큰 이번 국정감사에 반성과 함께 내년을 기약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