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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준호 Mar 03. 2022

사회복지사가 데이터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것을 고민하는 사회복지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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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시절 경영학과를 전공했다. 마케팅, 회계, 경영학, 인사, 창업, 노무, 혁신 등 경영에 필요한 여러 과목을 공부했다. 그중 내 기억에 가장 좋은 성적을 받았던 것은 마케팅과 회계 과목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문과였지만 수학을 좋아했다. 수학은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서 답을 구할 수 있기에 난 수학 문제를 푸는걸 굉장히 좋아했다. 1학년 때, 경영수학을 배우고 미적분을 배우고 하면서 포기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난 수와 관련된 일을 꾸준히 해왔다. 수와 관련된 일을 한다는 것은 결국 데이터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정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1.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알게 된 데이터의 소중함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 내가 처음 시작한 일은 블로그를 시작한 일이었다. 일본 오사카에서 물건을 사 와서 블로그를 통해서 그 일대기를 적고,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방법이다. 그때 한 10개 정도 글을 썼나? 나는 당장에 폭발적인 판매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하루에 1번도 문의가 들어오지 않았다.


블로그를 통해서 서비스와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지적재산권을 판매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곳은 정말 여러 곳이지만, 그 사람의 사용한 후기와 신뢰를 통해서 구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작한 것이 바로 제휴 마케팅이다. 소위 링크를 걸어서 클릭을 유도하여서 소비자의 구매행동을 참여하게 하는 CPA와 앱 등을 설치하는 CPI, 단순 클릭을 유도하는 CPC를 말한다. 내가 주로 홍보를 했던 플랫폼은 네이버 밴드였다. 밴드를 가입하고 그곳에 내가 쓴 홍보글과 링크를 달아 투척(?)하는 것이 마케팅이라는 행위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글을 클릭하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되었을 때,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것이 내 수입원이다.  문제는 하루에 몇천 개 글을 쓰고 사람들이 반응을 보였지만 그 글이 어디서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알 수 없었다. 유입경로에 대한 데이터가 없기에 초기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2. 페이스북 마케팅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해석하고, 전략을 세우다.


제휴 마케팅을 통해 하루에 몇천 개의 글을 퍼 나르고 돈을 벌었지만, 강도 높은 노동력이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말 이렇게 매일 일하다간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을 뜨면 출근이고, 눈을 감으면 퇴근이었다. 내가 일을 해야지만 마케팅 활동이 되는 이런 단순 노가다성 마케팅이 아니고, 정말 데이터를 통해서 할 수 있는 마케팅이 없을까? 나는 쉬고 있어도 알아서 내 재화와 서비스를 홍보해주는 마케팅은 없을까? 하는 고민의 시작이 페이스북 타깃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하루에 10억 명이 이용하는 페이스북은 개개인의 상세한 정보를 통해서 광고주에게 데이터를 전해준다. 이 데이터를 통해서 광고주는 우리 상품과 서비스에 가장 잘 맞는 타깃의 피드에 우리의 광고 콘텐츠를 노출시킨다. 이게 페이스북 광고의 가장 큰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 타깃이 우리 상품과 서비스에 가장 잘 맞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얘기한 페이스북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 이외에도 광고주가 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 활동이 있다. 바로 리타겟팅 마케팅이다.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 브랜드, 제품 모델 등에 어떤 식으로도 관심이 있는 소비자가 우리 홈페이지에 접속하게 되면, 페이스북은 그 소비자에게 위치 추적기 같은걸 설치한다. 그 위치 추적을 통해서 소비자의 페이스북 피드에 광고주가 만든 광고 콘텐츠를 노출시킨다.


홈페이지 메인, 상품 상세페이지, 구입 페이지, 건의사항 페이지, 회사 소개 페이지 등 우리 홈페이지에 있는 모든 페이지에 페이스북은 위치 추적기를 설치해서 한 명의 소비자가 우리 홈페이지 어느 페이지에 몇 명이 들어왔는지를 데이터로 제공해 준다. 그럼 다음과 같은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홈페이지의 페이지 마다 강점과 약점을 보완할  있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 메인부터 상품 상세페이, 회원가입, 로그인 화면, 구매화면, 구매완료 화면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있다고 치자. 만약 구매화면에서 구매완화면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런걸까? 적당한 제휴카드가 없거나 프로모션이 없어서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일 것이가. 이럴땐 과감하게 프로모션과 제휴카드를 늘려야 한다.


 다른 경우는 회원가입 화면에서 로그인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면, 보다 하게 SNS아이디를 연동해서 보다 쉽게 회원가입을 시킬  있다. 이것이 데이터를 통해서  페이지 마다 필요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있는 근거가 된다.


3. 그렇다면 사회복지에서는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우리 협회는 전국 17개 시도협회와 230개 지회 그리고 66개의 사회복지 시설을 수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대 장애인단체이자 사단법인이다. 그렇다 보니 우리 협회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경우도 있고, 외부적으로 유관기관에 제출해야 되는 데이터들이 존재한다. 똑같이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과 노력의 시간은 비슷하지만 그 결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겠다.


데이터 마이닝이란 말이 있다. 많은 데이터 가운데 숨겨져 있는 유용한 상관관계를 발견하여, 미래에 실행 가능한 정보를 추출해 내고 의사 결정에 이용하는 과정을 말한다. 우리 협회에서 취합되는 데이터들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 유용한 상관관계를 발견하고 미래에 실행 가능한 정보를 추출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반면에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노동부, 지자체 등과 같은 정부기관 및 유관기간에 우리가 제출하는 데이터를 통해서 그들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을지를 상상하면 너무 배가 아프다. 매년 복지부에서 예산을 받아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가 받은 예산보다 더 많은 것을 그들은 데이터를 가져간다. 물론 이런 데이터를 토대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결국 예산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자체적으로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서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마저 포기한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열심히 며칠 동안 모은 그 방대한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모른 체, 보고용으로 만들어지고 그 데이터는 내 컴퓨터 구석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는 체 빛을 보지 못하게 된다.


사방에 사파이어 원석이 있지만, 그걸 제대로 가공하지 못해서 여타 다른 돌덩어리들과 다를 바 없다면 그것이 과연 원석을 찾아도 의미가 있을까? 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싶다. 우리가 가진 데이터가 얼마나 귀한 원석이고 가치가 있는지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4. 데이터를 모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공유하는 것이다.


우린 뉴 타입 시대에 살고 있다. 데이터를 독점하는 것이 아닌, 공유하는 시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가 정보가 되고 그것이 권력이 되거나 권위를 내세울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존에 있는 고유의 가치를 이어 붙이거나 떼어 버렸을 때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상급 기관이 갖고 있는 정보도, 직급이 갖고 있는 정보도, 개인적으로 어디서 알게 된 사적 정보도 결국 공유하고 새로운 가치와 합쳐졌을 때 나타날 시너지를 실험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이 세계 최대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오픈 소스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만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닌 공유하고 그것을 새로운 누군가가 또다시 가치를 창출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구글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그렇다면, 사회복지 현장에도 분명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와 정보들이 있다. 스타트업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세미나나 콘퍼런스를 여는 것 또한 자신들의 시제품과 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피드백받아서 재빠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투자를 받고 한 단계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 또한 가지게 되니 얼마나 좋은 문화인가? 생각 든다.


전국에 있는 장애인 단체가 한대 모여서 각자 자신들의 사업들을 공유하고, 담당 업무의 종사자들이 모여서 서로의 양식부터 노하우까지 공유하는 장애인단체의 콘퍼런스를 열어보면 어떨까? 하는 부푼 기대를 해보았다. 물론, 기술 혁신이 뚜렷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기존의 스타트업과는 다르지만, 분명 시대와 함께 가려는 사회복지사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그들이 이 글을 읽고 함께 하길 바란다. 마음으로, 현장에서 일로,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거려도 그것만으로 힘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데이터와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두려움도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데이터를 나눠주고 공유하는 뉴타입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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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대학원에 만난 분들과 얘기를 통해서 업무의 환경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끊임없인 문제를 던지면, 그에 따른 해결책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고민해주고 정보를 주는 그런 모임이 요즘엔 너무나도 반갑고 설렌다. 아직은 사회복지 현장에서 나는 데이터를 취합하고 그 데이터를 통해서 어떤 미래적 가치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만약 내가 잘할 수 있는 마케팅적 데이터를 모으는 일이라면 모를까 아직은 사회복지에서의 효과와 효율에 대한 고민은 늘 나에게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분명 데이터를 통해서 권위에 도전하자는 내 삶의 태도와 자세는 달라지지 않는다.


믿을 만한 사람을 믿는 것이 얼마나 크나큰 실수인지를 깨닫는 순간들이 많다. 왜냐면 나 스스로도 나를 잘 믿는데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그 기대를 무너뜨릴 때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데이터를 통해서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로부터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기 객관화로 불릴 수도 있겠다.


나 조차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믿을 사람은 믿어도 되지만, 그 이전에 믿기 어렵다면 상대가 건네는 데이터를 한번 집중해보길 바란다. 혹은 내가 요즘에 관심이 있는 데이터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보고용으로 그럴싸하게 만든 데이터들을 한번 더 가공하고 미래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그리고 상대에게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하는 순간이 오길 바란다.


한 아이가 잘 크려면 온 마을이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한 데이터가 잘 크려면 온 조직이 함께 정성을 다해 바라봐야 한다. 이것이 부서 간의 상이한 부분들이 한데 모아 바라보게 되면 결국 물과 기름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새로운 가치로 탄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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