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연애 프로 함께 볼래요?

발달장애인의 연애와 사랑을 응원해주세요

by 방준호

바야흐로 대한민국 TV 프로그램은 ‘연애’ 예능이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트시그널」, 「솔로지옥」, 「나는 솔로」가 대표적이다. 대체로 2030세대 남녀의 사랑과 연애, 나아가 결혼까지를 다루는 방식이다.


그런데 비슷한 포맷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출연자의 특수성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흐름도 뚜렷해졌다. 무당, 성소수자, 연예인 자녀 등 다양한 배경의 출연자가 등장하며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방식이다. 한 번 이목을 끌면 인플루언서로 주목받고 인기와 부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이런 흐름을 더욱 부추기는 듯하다. 결국 평범한 연애만으로는 더 이상 대중의 시선을 붙잡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SBS에서 방영된 「몽글상담소」는 오히려 정반대의 결을 보여준다. 자극적인 장치도, 과한 설정도 없다. 어찌 보면 요즘의 연애 예능 흐름 속에서는 다소 밋밋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더 눈길이 갔다. 게다가 출연진의 모습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이효리·이상순 부부라는 점은 또 다른 화제를 낳기에 충분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슈퍼스타 중 한 명인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가 오랜만에 TV 프로그램에 함께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처음에는 ‘대체 얼마나 평범한 프로그램이길래 이효리 부부까지 섭외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프로그램 제목인 ‘몽글’도 처음에는 다소 낯설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몽글몽글’은 어떤 감정이 북받쳐 올라 가슴속에 자꾸 차는 듯한 모양, 또는 그 느낌을 뜻한다. 보통 연애 프로그램이라면 설렘이나 긴장, 자극적인 감정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데, ‘몽글몽글’이라는 단어는 조금 의외였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과연 어떤 프로그램이기에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나도 모르게 1편과 2편을 순식간에 보았다. 보는 내내 아빠 미소를 짓기도 했고, 안타까운 장면에서는 저절로 탄식이 나왔다. 그리고 결국 내 안에 무언가 차오르는 감정을 느끼며, 왜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몽글상담소」인지 알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출연자들 때문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이들은 대부분 20대의 젊은 남녀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연애는 어떻게 시작되는 것인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평범한 청춘들이다. 다만 이들에게는 이런 고민이 더 어렵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이들이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의 연애와 사랑, 소개팅을 다룬 이 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나는 내가 한동안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SBS 작가로부터 연락을 받아 이런 프로그램이 준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막상 방송을 보니 느낌은 또 달랐다. 비발달 중심의 장애인 복지 이슈에 익숙해져 있던 내 시선이 잠시 멈추었고, 사회복지실습 당시 만났던 직업재활시설의 발달장애인 친구들, 그리고 자폐성 스펙트럼을 지녔던 예전의 한 동생까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비장애인이라고 해서 연애가 쉬운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 소개팅에 나갔을 때 긴장한 나머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지금의 아내를 처음 소개팅으로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또렷이 기억하지 못한다. 소개팅은 그 자체로 긴장되는 자리다.


‘이 사람이 나와 이성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품는 순간, 누구라도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 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발달장애인 출연자들의 모습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그들 역시 누군가를 만나고, 설레고, 서툴고,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하는 평범한 청춘이었다.


그래서인지 출연자들의 리얼한 모습은 더 크게 다가왔다. 때로는 너무나 순수하고, 또 때로는 사랑스러워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동시에 그 서툼과 긴장이 오히려 더 진심으로 느껴져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이 프로그램을 보며 내 안에 피어오른 감정은 단순한 ‘훈훈함’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몽글몽글한 감정이었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장애인 당사자 단체에서 일하고 있고, 지금도 장애인 정책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느새 나는 장애인의 삶을 통계와 제도, 전문가의 언어로만 이해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물론 정책과 데이터는 중요하다. 그러나 결국 사람의 삶은 숫자와 문장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몽글상담소」는 그 당연한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존재였다. 원래도 「효리네 민박」을 통해 두 사람의 태도와 분위기를 좋아해 왔지만, 이번 프로그램을 보며 그 마음은 더 커졌다. 발달장애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연예인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울 수 있다. 섭외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출연자들을 특별한 대상으로 대하기보다, 한 사람의 청춘으로 존중하며 진심 어린 조언과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 점이 무척 고맙고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선한 영향력을 가진 이 부부가 이 프로그램의 진행과 조언을 맡았다는 사실은 프로그램의 의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아직 「몽글상담소」는 한 편이 더 남아 있다. 발달장애인의 사랑과 연애, 더 나아가 결혼까지의 문제를 당사자 가족과 사회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길 바란다. 오래간만에 마음 한편이 따뜻하게 차오르는 프로그램을 만났다. 요즘 내 마음이 괜히 몽글몽글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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