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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준호 May 05. 2022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문화지체 현상을 생각해보다.

장애인과 교통약자를 위한 비물질적 문화와 인식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고등학교 시절 사회문화 과목에 나오는 이론 중 하나인 '문화지체' 현상이란 것을 배웠다. 비물질 문화(정신, 사상, 생활태도)가 물질문화(과학, 기술)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쉽게 말해 과학 > 기술> 문화> 제도 순으로 발달 속도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발생하는 총제적인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2G폰을 사용하다 3G폰인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시점에 많은 사람들이 터치폰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생소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기존의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이러한 과도기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긴 하였다. 


나 역시도 군대를 전역하고 처음 갤럭시 2를 사용할 당시, 통화 후 핸드폰 옆 전원 버튼을 누르면 통화가 종료가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화면만 꺼지는 거였다는 것을 모른 체 통화를 하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작은 오해가 생겼던 경험이 있다.


이렇듯 과학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 인식과 문화 제도들이 아직도 여러 곳에서 존재한다. 최근 내가 읽었던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기사를 통해서 이런 문화지체 현상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에 얼마나 많은 부분이 변화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https://www.social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057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 275개 역 중 승강기가 없는 곳은 총 21곳이다. 이 중 지난 2020년부터 공사를 시작한 1호선 청량리역, 2호선 용답역, 3호선 교대역, 4호선 명동역, 5호선 마천역 등 5곳은 연내 완공된다. 나머지 16곳 중 10곳은 올해 설치공사를 시작한다. 그 밖에 6곳은 공간 확보 등 문제로 설계 검토 중이다. 시는 오는 2024년까지 사업비 650억 원을 들여 전 역사에 승강기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들 승강기 대부분은 교통약자 우선 이용시설이다. 장애인, 노약자, 임신부 등이 먼저 탈 수 있도록 했다. 승강기 전면에도 이런 내용의 안내 문구와 표시가 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비장애인들이 차지하기 일쑤다. 교통약자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는 건 다반사다. 여행가방이나 자전거와 함께 타는 경우도 있다.


한 40대 직장인은 “공항에 갈 때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 귀찮아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팔다리 멀쩡한 사람이 자전거까지 들고 타는  경우도 심심찮게 봤다”라고 했다. 또 다른 휠체어 장애인도 “전동휠체어에 사람이 다칠까 봐 속도를 늦춰 가다 보면 엘리베이터 앞엔 어느새 비장애인들이 이미 줄 서 있어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탈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자 다시 미숙한 장애인 인식 개선 요구가 제기된다. 한 시민활동가는 “엘리베이터만 놓고 보면 지하철 이동권은 이미 상당 부분 보장돼 있었고, 앞으로 전 역사에 설치되더라도 비장애인들이 양보 안 하면 아무 소용없다”며 “사실 지하철 출근 시위를 주도한 장애인 단체(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잘못된 시민의식에 분노했어야 했다”라고 꼬집었다.


출처 : 소셜포커스(SocialFocus)(http://www.socialfocus.co.kr)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지만 정작 장애인은 기다리고 있다. (출처 - 소셜포커스) 

위 기사의 내용을 보게 되면 내가 말한 문화지체 현상이 장애인식 개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서 충분하다고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동권에 대한 확장과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엘리베이터 및 편의시설을 만들어 놓아도 정말 그 물질을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과 교통약자가 아닌 일반 비장애인이 그 물질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시민의식과 장애인 인식 교육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에서 저상버스에서 휠체어 장애인이 탑승하는 장면을 평상시에 목격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 묻고 싶다. 나 역시도 장애인 단체에서 일한 지 3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저상버스에서 휠체어 장애인이 탑승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장애인 단체에 오고 나서 수많은 휠체어 장애인 분들을 보지만, 내가 있는 이룸센터를 벗어난 곳에서는 휠체어 장애인을 찾아보기란 정말 쉽지 않다. 왜냐면 그들은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단 자신의 차량으로 이동하거나 콜택시를 통해서 이동하는 경우가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상버스를 이렇게 이용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분명 휠체어 장애인과 교통약자를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임에도 왜 저상버스를 장애인들은 이용하지 않을까? 난 개인적으로 빨리빨리 움직여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장애인 당사자가 저상버스를 사용하게 되어서 지체되는 시간에 대한 부담과 주변 시선 때문에 이용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가뜩이나 바쁜 출퇴근 시간에 저상버스를 이용하게 되어서 버스기사가 내리고, 직접 휠체어를 버스로 올리고 안전벨트를 묶고 하는 그 짧은 시간조차 우리나라 사람들의 출퇴근 시간에 대한 심적 여유는 그렇게 너그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저상버스를 만드는 것보다 장애인 콜택시를 더 많이 수요를 늘리는 것이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더 좋은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장애인 콜택시를 예약하고 대기하는 시간을 확보하여서 저상버스를 만드는 예산을 전용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저상버스의 경우도 기존의 버스의 노후화가 되거나 사용하지 못하게 되지 않는 이상은 자체적으로 저상버스를 바꾸지 못한다는 현실도 아이러니하다. 


서울시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와 저상버스 운영에 대한 부분은 상당 부분 물질에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물질 발전에 대해서 정작 사용하려는 주체인 장애인 당사자는 빠져 있고, 몇몇 비장애인들의 몰상식한 행동과 여전히 남아있는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에 대한 비물질적 발전의 간극이 얼마나 해소가 되어야 할지 이 글을 쓰면서도 여전히 감이 안 온다. 


대한민국의 대중교통에 대한 발전과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차선으로 인한 빠른 운행, 환승제도를 통한 합리적인 교통비, 쾌적하고 운행시설, 정시에 오는 수준 높은 운행시간 관리까지 세계 어딜 가도 자랑할 만한 우리의 대중교통 문화이다. 


하지만 이런 눈부신 발전 가운데 장애인과 교통약자를 위한 문화는 과연 자랑스러울만한가? 에 대해서는 심히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장애인의 이동권이 곧 생존권과 직결된다고 하는 많은 사회복지사와 장애인복지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있다.


물질과 비물질의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시민사회의 인식과 의식이 성장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장애계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 있는 약자와 소외계층들을 위해서 물질만 발전시켜준다는 것이 사회복지가 성장했다고 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에 걸맞은 비물질적 문화와 인식개선을 토대로 같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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