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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준호 May 07. 2022

나는 반드시 중증장애인이 되어야만 합니다.

장애인 단체 사회복지사 본 영화 '복지식당'

장애 등급과 정도에 따른 장애 복지 서비스의 한계점을 시사한 영화 '복지식당'

영화 '복지식당은' 어느 날 사고를 통해 장애인이 된 청년 '재기'는 2m를 이상 걷지 못하고, 한 팔은 아예 사용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장애 정도가 심한 중증 장애가 아닌, 지체장애 5급인 경증 장애를 판정받는다. 몸의 상태는 중증이지만 경증장애인으로 살아가야 되는 현실에 대한 모순과 경증장애인이 겪게 되는 복지 사각지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4일의 연휴를 선물 받았다. 그동안 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지쳤던 몸과 마음을 풀어보고자 4일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서 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최선의 선택지 중 하나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이었다. 최근에 나온 마블의 닥터스트레인지2가 개봉을 했다길래 혼영을 보러 갈까 고민을 하고 있을 찰나에 장애인 단체 사회복지사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영화가 바로 '복지식당'이다. 


첫 대사부터 나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켰다. "저는 지체장애 5급으로 힘겹게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병원에 있을 때 돌아가셨고, 저를 돌 볼 사람은 70이 넘으신 주인집 아저씨와 떨어져 사는 누나가 전부입니다. 제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활동보조 서비스가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취직도 해서 돈도 벌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 콜택시도 꼭 필요합니다. 부디 제가 자립해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1분 남짓한 대사였다. 경증장애인이 받지 못하는 장애인 복지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장면은 장애인 단체 사회복지사인 나에게 정말 너무나 와닿는 대사였다.


그리고 1시간 30분 정도가 되는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앞으로 내가 장애인 복지를 위해서 무엇을 공부해야 하고, 이런 상황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사실 갑자기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된 것도 너무 억울한데, 그 장애 정도가 경증이어서 자신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받아야 할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 서비스의 한계를 알게 되었다.


장애 등급제는 2019년 7월 폐지되었다. 보다 많은 장애인들에게 확대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인 한 사람을 등급이라는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그동안의 장애계와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실효성과 폐지 이후 장애인의 삶은 크게 달라진 게 있을까?라고 물었을 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장애인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영화는 경증 장애인으로서 받지 못하는 여러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통해서 앞으로 현실 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든 경증장애인의 문제와 동시에 장애인 당사자들 간의 이야기를 보여 준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된 '재기'에게 장애인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병호'에게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겪는 또 다른 차별과 무시를 통해서 장애인 당사자간의 문제를 솔직하게 표현한 것 또한 너무 현실적이었다. 


비장애인에게 차별받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장애인이 아이러니하게 장애인 사회에서 또 다른 차별을 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영화 속 장면을 보면서 실제로도 저런 사회가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되었다.   


장애인 당사자 단체에 있다 보면 장애인의 문제는 장애인 당사자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협회가 주창하는 바다. 특히나 영화 속 재기처럼 어느 날 갑자기 장애인이 된 사람에게 있어서 먼저 장애인으로 살아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도움의 뒷면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무서운 현실이 눈앞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정말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클라이언트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클라이언트에게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내가 더 많은 것을 공부하고 알아야겠단 생각을 하였다. 


장애를 가지게 된 재기는 앞으로 자신이 살아가야 할 사회에서 장애인 당사자인 병호에게 배신을 당하고, 사회는 경증 장애인이란 이유로 복지 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하지 못하는 제한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기 된다. 이 영화의 앤딩 이후에 재기는 세상에 나갈 방법이 무엇이었을까? 하는 사회복지사인 나에 대한 물음이 영화가 끝난 후 한동안 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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