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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준호 May 14. 2022

사회복지사의 시선이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길 바랍니다.

인프라가 갖춰진 복지 현장을 너머 다른 시선을 바라보는 사회복지사 이야기

출처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우리 협회와 가깝게 지내는 다른 장애인 단체의 팀장님들과 최근 저녁 식사를 먹었다. 칼퇴를 하고 저녁과 커피를 마시면서 서로 이런저런 업무적인 고민과 장애인 단체의 비전(?)과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하였다. 함께 같은 일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이날 모임에 있어서 나에겐 조금 특별한 날이기도 하다. 알고 지낸 지 3년이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사적인 자리에서 저녁을 먹은 게 처음인 팀장님이 계셨다. 서로 같은 층이라 지나가면서 인사하고, 가끔 서로의 행사 때 지원을 나가면서 업무 협조 후에 다 같이 모여서 저녁 회식을 한적은 있었지만, 그 이상의 개인적인 만남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분은 휠체어 장애인이다. 나만이 갖고 있던 선입견이 우리의 모임을 지연시키지 않았을까 싶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니깐 혹시 저녁에 식사를 밖에서 하거나 어딘가로 움직이시는 게 불편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좋은 사람과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면서도 한 가지 내 마음속에 걸리는 게 있었다. 우리는 웬만하면 턱이 없거나 좌식이 아닌 곳으로 음식점을 정하고, 커피숍도 건물 1층에 위치하고 넓은 자리를 선호하였다. 그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한 가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화장실'이었다. 


그날따라 너무 많이(?) 먹어서였는지 화장실을 자주 갔다. 우리가 만난 6시 30분 정도부터 헤어지는 10시까지 3,4번은 다녀왔던 것 같다. 처음 간 식당의 화장실은 턱이 2개나 있고, 근처 장애인 화장실은 있지도 않았다. 그래도 커피숍은 좀 큰 건물에 위치한 1층이어서 장애인 화장실은 아니더라도 1층에 화장실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커피숍의 화장실은 계단을 올라가 2층에 위치한 것이었다. 


모임이 끝날 무렵,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전에 의식적으로 화장실을 한 번씩 다녀오는 경험들이 있지 않은가? 나 역시도 의식(?)을 끝내고, 서로 집에 갈 채비를 하면서 오늘의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이 팀장님은 오늘 하루 화장실을 한 번도 못 갔을 텐데 괜찮으실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부랴 부랴 근처 장애인 화장실을 찾아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늘 있는 일인 것처럼 괜찮다고 하시는 팀장님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음을 기약하며 우리는 각자 서로의 집으로 향하였다. 집을 가는 길에 혼자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우리가 속해 있는 복지현장이나 시설은 이미 어느 정도 인프라가 잡혀 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이 막상 이 시설과 현장을 벗어난 곳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사막과도 같은 곳이란 걸 깨닫게 된다. 


만약 휠체어 장애인과 식사를 한다고 했을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 나름 지체장애인협회에서 일을 하면서 여러 임원들을 수행하고 행사 때마다 편의시설과 이동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하지만 그곳 또한 익숙하고 준비가 갖추어진 곳을 찾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단 생각이 들었다. 


1층에 위치한 곳으로 식당을 잡고, 턱이 좀 있더라도 내가 휠체어를 들어주면 되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가게 안의 화장실이 휠체어로도 이동할 수 없거나 물리적인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면 맘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시선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 시선이 내가 속해 있는 시설이나 현장에서만 머물러 있어서 한계가 있는 것인지, 장애인 당사자나 복지 서비스의 대상자가 아니어서 한계가 있는 것인지는 스스로 고민해봐야 한다.


만약 내가 평생을 만난 장애인이 내가 속해 있는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시설이나 센터에 있는 장애인이라면, 그들을 바라보는 세상은 그들이 속한 이 시설과 현장에서의 장애인으로 밖에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장애인 화장실을 늘려야 한다고 얘기 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늘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내가 있는 복지 현장 밖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난 우리 부서에 있는 선생님들과 장애인의 이동권에 관한 기사를 읽으면서 토의를 할 때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어렵긴 하겠지만 장애인 단체의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동안은 의식적으로 내가 가는 곳곳의 편의시설과 동선에 대한 부분을 고민해 보면 어떻겠냐고 말이다.


만약 내가 휠체어 장애인이라면? 오늘 이 모임에 올 수 있었을까? 여기서 맘 편하게 식사를 하고 화장실에 가는 부담감이 없었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어렵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번 가져보라고 한다. 물론 나 역시도 매 순간마다 이런 생각을 가질 순 없다. 하지만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세상을 바로 보게 된다면 내가 위치한 복지현장을 벗어난 새로운 시선과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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