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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준호 Sep 03. 2022

어느 사회복지사의 야근에 대한 생각

야근에 대한 평소 생각에 대한 사회복지사의 이야기

배짱이처럼 살고 싶다!

"벌써 다섯 시예요...?"라고 대답하는 날이 많아졌다. 매일 아침 8시 30분부터 커피 한잔 마시고 바로 업무를 시작해서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끊임없이 일을 한다. 하지만 쌓여 있는 일과 닥쳐오는 일을 처리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결국엔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야근'이다.


2019년 2월 처음 회사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야근한 시간을 계산하면 아마 30명 남짓한 우리 회사 인원 중에 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을까 싶다. 자의든 타의든 난 그렇게 회사에 남아 일을 하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야근을 하는 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물리적으로 해야 하는 일, 나 밖에 할 수 없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 미래를 대비하는 일 등 말이다. 


이 중에서 내가 야근을 통해서 하는 일은 대부분 '물리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즉,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럼 내가 하는 물리적인 일이란 무엇일까? 바로 '입력'이다. 내가 해야 하는 수많은 물리적인 일은 대부분 엑셀이든 한글이든 어떤 데이터를 입력하고 이것을 보고하는 일이다. 아주 가끔가다 내가 하고 싶은 교육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만들 때에는 이러한 시간에 야근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새우고 한적도 있다.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만큼 자기 효능감이란 것이 얼마나 느껴지는가가 현대 사회의 직장인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지금 내가 뭐 하고 있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때 내면에 있는 자아와 대화를 하는 순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주변에 있는 분들에게 나에 대한 현 상황과 심정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도 난 이러한 상황을 몇 번 맞이하였고, 그럴 때마다 너무나도 감사하게 주변에 계신 분들의 지혜와 조언으로 인해서 지금은 내 자아와의 만남에서 제법 타협을 할 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이 물리적인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해야 한다는 당연한 과정에서 불만은 없지만, 연차가 쌓이고 사회복지 현장에서 전문가로서 성장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또 다른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시간에서 충돌하는 것이 내가 지금 처해진 상황이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능력이 없어서 이렇게 일이 많은 걸까? 아니 단순하게 입력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렵다고 매일 이렇게 남아서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걸까? 나도 한때는 세상을 뒤 바꿀만한 사업 아이템을 만들어 보고 싶었고, 내가 제공하려는 서비스와 재화가 세상에 빛을 낼 수 있는 그런 사업가를 꿈꿨기 때문에 이런 단순한 일조차 버거워하는 나를 보면서 현타가 온 적도 있다. 


이 야근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여전히 '시스템'이라는 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작동할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 회사는 과연 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할 때 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실례로 우리 부서는 몇 년 전 3명으로부터 시작해서 현재 5명으로 인적 자원을 늘렸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야근은 늘 존재하고, 오히려 그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기에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적자원을 늘렸다고 한다면 당연히 총업무량이 더 분배가 될 것이고, 각 1인이 해야 할 업무가 기존보다 줄어들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난 사실 이 고민이 내 회사 생활에 있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각자 개개인의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서 그런 걸까? 몇 년 전 일의 총량이 현재는 훨씬 더 많아졌기 때문에 그런 걸까? 개개인의 업무 분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걸까? 애당초 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물리적인 일을 우리가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우리가 할 일이 아닌 보다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외주 업무는 아닐까? 월 250만 원의 인건비가 기술로 이전된다면 이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 말이다. 


https://youtu.be/_-ugbwhhApI

물리적으로 엄청 난 양의 업무를 프로그래밍 기술로 해결한 공익요원의 영상이다.

이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이런 단순한 업무가 우리 회사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 모른다. 정말 보고서를 위한 데이터를 취합하고, 그 데이터가 정보가 되는지 쓰레기가 되는지도 모른 체 사라지기도 한다. 맨날 만드는 보고서를 또다시 몇 달 뒤에 다시 만들어야 하는 이런 반복된 과정에서 과연 정말 원하는 정보와 지혜로 발전되기란 쉽지가 않다. 


내가 왜 코딩을 하려고 하고 기술자를 계속해서 양성하고 키워야 한다고 내 글을 통해서 끊임없이 주장하는 바이다. 물론 이런 프로그래머들이 사회복지현장에서 받을 급여나 업무 환경을 버틸 수 없기 때문에 쉽사리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복지사 중에서 이런 업무 역량에 대해 관심이 있는 인적자원을 끊임없이 키워야 한다는 게 내 주장이다. 야근을 없애기 위해서 이런 공부를 하는 야근이라면 난 1000% 환영이다. 우리가 매일 하는 업무는 컴퓨터를 통해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를 양성하게 된다면 물리적인 일은 컴퓨터에게 시키고, 우린 인간이 할 수 있는 인문학적 일을 고민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매달 수많은 데이터를 입력하는 후원금 내역을 통해서 우리 협회에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후원을 하는 것일까? 왜 이들이 후원을 하는 것일까? 어디에 이들은 살고 있을까? 우리가 이 후원금을 통해서 장애인 복지에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일까? 이런 인문학적 접근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입력해야 하는 업무를 기술력으로 극복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가치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경험과 역량 안에서 밖에 생각할 수 없지만, 분명 시대에 흐름이란 것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의 교육예산이 100조가 넘었고, 그중 3,000억 원이 반도체와 같은 신사업의 인재를 육성하는데 투여된다고 한다. 


이제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 과정 중 국영수가 아닌, 코딩과 같은 프로그래밍을 정규 과정을 편성하고 인재를 육성한다는 뜻이다. 기업 또한 그러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자체적인 예산 확보를 해놓은 상태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야근을 줄일 수 있을까? 에 대한 질문이 기술력을 확보한 인재 양성을 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결코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난 내가 할 일을 컴퓨터에게 맡겨 놓고 보다 인문학적인 사고를 하고 싶은 게 내 직장 생활에 있어서 가장 최종 커리어라고 생각한다. 


올해 대학원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해야겠단 생각을 갖고 있다. 방통대학교를 다닐지 고민하고 있고,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몇 개월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울 까에 대한 고민까지 말이다. 


사회복지사의 역량 쇄신 중 하나가 상담, 자원 인계, 프로포졀, 슈퍼비전 제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제는 기술력을 확보한 사회복지사의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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