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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준호 Feb 21. 2023

젊은 꼰대 사회복지사

내 개똥철학 한번 들어볼래?

나는 젊은 꼰대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들과 시스템을 무너트리는 것을 싫어한다. 아니 사실 그 꼴을 못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내가 젊은 꼰대가 되기까지는 내 나름의 사유가 있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소위 학급 회장이란 걸 시작으로 지금까지 어느 공동체에 있든 한 자리씩 맡아서 주축이란 분류에서 의사결정을 해왔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무리를 이끄는 리더에 입장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경영자의 입장에서, 성과를 관리하기 위한 관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회사를 들어가고 어떤 조직에 속해 있어서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와 익숙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내 삶의 흔적들 속에서 난 자연스럽게 소수의 입장에서 다수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나는 장애인당사자단체 사회복지사로 5년 차이고, 35살의 나는 30명 남짓한 회사에서 중간보다 아래인 위치이다. 그렇다고 내 영향력이나 내가 하는 일이 중간보다 아래에 위치하다고 난 생각하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 빨리 일을 해내고, 아무도 하지 못한 혹은 안 하는 일을 나서서 하는 스타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업무 방식과 관련한 일에는 내가 일조한 것들이 있다.)


어느덧 회사에 젊은 선생님들이 입사하고 함께 일을 해 나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나는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사회복지는 정치와 정책의 산물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말한다. 사회복지가 어렵다면 자신이 하는 업무와 관련된 일을 공부하라고 한다. 


월-금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는 일은 자기 계발의 영역이 아니다. 당신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회사는 여전히 존재하고 굴러간다. 하지만 퇴근후나 주말에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성장하는 사람이야 말로 진짜 자기 계발의 영역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나는 구글 스프레드 시트라는 툴을 공부하고 있다. 내가 속해 있는 사업장의 업무 특성상 전국에 있는 업무 담당자들과 소통하고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더 이상 이메일을 통한 엑셀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회사 내부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얘기하면 그런 부분이 어느 정도 해결 될 수 있지만 400km가 떨어진 부산협회 담당자와 소통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 나름대로 새롭다고 생각한 구글 스프레드 시트도 이미 10년 전에 나온 업무 툴이다. "세상 아래 없는 것은 없다 단지 내가 못 봤을 뿐이다"라는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의 말이다. 이미 엑셀 작업이 익숙한 직장인에게 구글 스프레드 시트는 엑셀의 기능과 함께 전국의 업무 담당자들이 함께 협업하여 쓸 수 있는 툴로 업무의 세계관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내 생각과 관점이 때로는 누군가에게는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 그냥 하던 거나 제대로 하고 열심히 하면 되지 뭘 저렇게 일을 벌이까? 하고 말이다. 혹은 나는 회사에서의 나는 지금 이 정도가 좋다고 생각하고 퇴근 후에나 주말에 회사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자기 계발을 하고 공부를 한다는 것이 내 인생관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젊은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 시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함께 일을 하고 같이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 상대방의 환경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직언 아닌 직언을 할 때거나 상세한 피드백을 더러 해줄 때가 있다. 나는 내가 이러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누군가는 부정적으로 보거나 지나치다 표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내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분명 알 것이다. 개인적인 일을 시켜 본 적도 없고, 무례하게 얘기하거나 부탁하지 않는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 내 방향성과 노선을 분명히 하다 보니 생겨난 내 나름의 개똥철학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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