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차 사회복지사의 직장이 아닌 업에 대한 고민
2016년부터 2018년 말까지 나는 내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겉멋이 들어 있는 예비 사업가 혹은 창업가였다. 실상은 보따리 장수나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는 마케터였다. 그럼에도 내가 이때 쌓았던 식견은 무시 못한다. 일반적인 대학생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닌, 창업 혹은 비즈니스를 공부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 시절 읽었던 책들은 전부 경영, 마케팅, 자기 계발, 인문학 등 폭넓은 독서와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매주 스터디를 가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갔다. 그런 중 나에게도 기회가 찾아왔고 월 400만 원이 넘는 마케팅 강의를 듣고 6개월간 마케팅 팀과 역삼동에서 사무실을 차려 일을 하기도 하였다.
모든 것이 잘 될 것만 같았던 이시절의 나는 정말 오만방자했고 인격적으로 참으로 볼품없었다. 만나는 사람들 마다 저 월 1,000만 원 벌거예요^^라고 말하고 다니면서 온갖 허세와 허풍을 떠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한 배경은 사무실 컴퓨터 3대로 매크로를 짜면서 자동 마케팅을 실현시켰다고 뿌듯하면서 이제 내 직원이 3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앞서 이러한 내 배경을 설명하는 이유는 현재 사회복지 현장에서 내 일은 이런 자기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전형적인 행정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나에게 힘든 일인지를 요즘 들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는 행정 업무가 정말 많다는 이야기를 내 글을 통해서 수없이 강조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업무는 사회복지사라면 기본 중에 기본이다. 경력이 쌓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행정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냐에 따라서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좋은 인사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럼 내가 생각하는 행정업무란 무엇이고 행정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결국 기준과 절차에 의한 것을 지켜야 하는 것을 행정업무이고 그것을 제대로 지키고 절차에 맞춰하는 능력을 행정력이 말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업무를 잘하면 잘할수록 관리자의 위치에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어떤 사업에 대한 A-Z까지의 과정을 전부 알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 대한 누수나 필요한 부분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하지만 행정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과연 경영자 혹은 창업가가 될 수 있을까?
우리 아버지는 40년 동안 대학병원에서 행정업무를 하셨다. 그리고 2년 전 은퇴를 하시고 현재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계시면서 자신의 제2의 인생을 살고 계신다. 그러면서 항상 나에게 아쉬운 이야기를 하셨다. "준호야 아빠가 40년을 직장 생활을 했는데, 은퇴를 하고 나니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라고 말이다.
아버지는 직장에서 정말 훌륭한 관리자였다. 소위 사무직으로 빽 없이 오직 실력으로만 대학병원 내 임원급으로 대우를 받았고 연봉 또한 근로소득자 기준으로 상위 5% 안에 드는 고액 연봉자였다. 인사, 총무, 교육, 회계, 물자구입 심지어는 행사까지 당신의 직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전부 다 할 줄 아는 능력자였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현재 작은 개인 병원이라도 차릴 수 있을까? 병원 내 모든 행정 업무를 할 줄 알지만 병원을 차릴 수 없다. 왜냐면 병원은 의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병원 실무와 모든 일을 다 했지만 결국 의사가 아니면 병원을 차릴 수 없다.
우린 한 가지 우리 업에 대해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행정력을 바탕으로 회사를 관리하고 운영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그 업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결국 이 회사에 속해 있어야 하거나 그 업무에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복지 현장에서 운영팀, 기획팀, 회계팀의 경우 오랜 기간 계속해서 그 업무를 맡아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금의 흐름과 일련의 히스토리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자신이 사회복지 현장에서 행정업무(회계, 총무, 인사등)를 맡고 있다면 정말 행운이라 말할 수 있다. 왜냐면 당신은 기관 내에 운영팀장이나 사무국장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로서 자신의 업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면, 과연 내가 하는 이 일이 내가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내 업으로 일하고 있는 게 맞을까? 생각해 볼 필요가 난 있다고 본다.
어쩌면 4년 차 사회복지사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누군가의 눈에는 우스워 보일 수 있다. 아직도 배울 게 얼마나 많고 해야 될 일들이 많은지 말이다. 하지만 결국 그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가르쳐 주고 시키는 일도 내 인생과 맞지 않다면 과감히 거부하는 것 또한 내 일이기도 하다. 지금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것 만으로 나는 충분히 내가 역행자의 길을 따라가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