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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준호 Mar 12. 2023

방석사님, 이제 뭐 하실 건가요?

사회복지 석사 공부 이후에는 뭘 해야 할까...?

지난 2년 반, 5학기를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사회복지전공을 공부했다. 이 중 4학기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여 실제로 캠퍼스를 다니며 수업을 들은 것은 1학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은 회사에서 쪼렙(?)인 나에게 비대면 수업은 오히려 회사 내 눈치를 많이 보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처음 대학원 생활을 시작할 때 논문을 작성하겠단 포부는 1학기 수업과 회사 생활을 병행하면서 내 깜냥(?)이 아니라는 것을 진작에 알게 되었고, 난 졸업시험을 선택하여 학위를 이수받았다. 주변에 함께 수업을 들었던 분들 중 논문을 쓰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정말 대단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사실 그동안 말하지 못하였지만 연대 행정대학원의 학비는 한 학기에 60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난 5학기를 했으니, 3,000만 원의 학비를 낸 것이다. 그러면서 2년(4학기) 동안 한 번도 학교를 가보지 못한 것이 지금도 너무나도 아쉽다. 마지막 5학기 수업을 캠퍼스에서 들으니, 확실히 수업의 질이 높아지고, 공부하는 원우님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태도가 수업의 수준을 높였단 생각이 든다. 


처음 사회복지 전공 공부를 하려는 생각은 장애인당사자단체에 근무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생각했다. 그리고 여러 방법을 통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고, 난 대학원을 선택했다. 


그중에서도 사회복지전공으로 유명한 몇 개의 학교를 알아보았고, 회사를 다니면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에 가장 부합하는 곳이 연대 행정대학원이었다. 나는 학부를 경영학과를 나왔지만, 대학원 공부를 사회복지 공부를 하였고, 사회복지사 자격증 또한 2급을 취득하였다. 


그렇다면 난 이 석사 학위를 이수하고 보유한 사회복지사로서 앞으로 어떤 사회복지사가 되어야 할 것인가? 혹은 이것이 또 다른 시작의 발판이 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최근 많이 하게 되었다. 혹은 이것에 그치는 것이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내가 가끔 회사에서 우스갯소리를 할 때가 있다. 사회복지 공부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석사공부까지 하고 대학원에 그 비싼 학비를 들여서 사무실 바닥에 앉아서 컴퓨터나 고치고 있을 순 없다고 말이다. 내가 하는 일 중 컴퓨터가 고장 나면 고치고, 프린트가 고장 나면 고치고 하여간 잡다한 일을 다하는 총무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대우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 난 생각한다. 내게 그런 위치와 역할이 주어진다면 그것은 본인의 탓이지 주변 환경과 상급자에 대한 명령으로 생각하면 어떤 입장이 되더라고 그 DNA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난 회사에서도 일을 시켜도 한 번에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는 후임이나 동료가 아니다. 


내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가? 그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가? 그 일을 나 말고는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가? 에 대한 질문을 항상 한다. 지금이야 그냥 눈치껏 알아서 일을 하고 난 뒤에 다음에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에는 내 상황과 의견에 대해서 반영해 달라는 나름의 판단이 생겼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굉장히 저돌적으로 답변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의 수준과 기품을 더 올릴 상황이 왔다고 난 생각한다. 회사가 내가 사회복지 대학원 공부를 하는데 실제로 학비를 지원해 주거나,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편의를 요청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지만 모든 것은 내 스스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대학원 공부를 했다고 유난 떤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맞다. 내가 유난을 떨어주고 칼춤을 춰 줘야 그다음 세대들이 더욱더 대학원 석사, 박사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대학원 공부한 저 대리님은 바닥에 앉아서 컴퓨터나 고치고 있는데, 뭐 하러 내가 석사 공부를? 박사공부를 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 위치와 역할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라는 것을 내가 있는 동안의 우리 조직문화로 만들어 갈 것이다. 적어도 내 다음 세대들과 함께하는 상황에서는 말이다. 난 그들에게 대학원에 진학을 하고 석사공부를 하고 박사공부를 하고 다양한 사람을 통해 배우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것은 대학원뿐만 아니라 뭐든지 자신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다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다니는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사단법인이다. 사단법인을 다니고 있는 나는 항상 말한다. 사람이 모인 법인격이 사단법인이라면, 그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말 중요한 자원이란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평가하는 것이 사단법인을 다니는 종사자로서의 관점과 인식을 얘기해 주고 싶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향력이 더 강한 중앙 법인에서의 구성원이라면 더욱이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당신 한 명 한 명이 우리 법인 산하의 조직과 시설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말이다.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 나 하나 유난 떠는 게 대수라면 난 얼마든지 떨어 줄 수 있다. 그렇게 해야지 그들이 프라이드를 갖고 일을 하고 더 높은 곳으로 넓은 지평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렇다고 석사나 박사를 취득하여서 자잘한 일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모든 구성원이 계속해서 더 높은 목표와 비전 미션을 갖게 하겠다는 것이 포인트다. 학부 나온 사람은 잡일을 하고 석박사 나온 사람은 더 중요한 일을 시키자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앞으로 난 어떤 사회복지사가 될까? 어떤 것을 통해서 사회복지 현장과 환경에 대해서 논의하고 나눌 때 스스로 진지한 고민을 해 볼 수 있는 기틀을 가질 수 있을까? 이 글을 다 적고 나니 아직은 겸손함을 갖고 천천히 준비해야겠단 생각이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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