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게 분명함에도 지칠 수 없는 하루를 버티는 그런 시기
요즘 들어 참 힘들다. 일도 결혼생활도 자아성찰 그 무엇도 쉽지 않은 시기다. 일터에선 어느덧 5년 차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결혼생활은 신혼을 한창 즐기고 있지만 여전히 30년 넘게 자신의 세계에서 살아온 상대를 알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30년 넘게 함께 해온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을 돌이켜 본다.
일터에서 일이 재미가 없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물불 안 가리고 일을 했던 시절이 그립다. 그땐 그것이 효과적인지 효율적인지 판단하지 않았다. 그저 시키는 일을 해나가는 것이 조직과 나를 위함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위 고인 물이 된 상황이다. 시키는 몇몇 일은 효율적이지 않고,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버린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스마트하게 일할 방법을 모색하지만, 내부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냥 나만 잘난 체 하는 모습이다.
결혼을 한 지 4개월 정도 되었다. 매일 행복한 순간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누군가는 해야 한다. 어쩔 땐 상대방이 알 수 있게, 어쩔 땐 상대방조차 몰라야 되는 것들이 있다. 난 그런 줄타기를 하면서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상대방을 알아간다는 것이 결혼을 한다는 것이란 어르신들의 말씀이 틀리지 않다. 상대방을 알기 전에 나를 알아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늘 즐겁고 재밌었다. 어떤 걸 시도하고 도전해도 쉽게 지치지 않았으며, 호기심이 많아 무모했던 나의 모습은 지금은 없다. 그냥 현상유지를 잘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회사도, 결혼생활도, 내 삶도 말이다. 이것이 자조적으로 글을 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부정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물론 그 이면에는 분명 행복과 즐거움이 있다.
오늘은 하루종일 혼자 걸어 다녔다. 자전거도 탔다. 음악을 들었다. 회사에서 밀린 서류를 정리했다. 길거리에서 파는 닭강정도 먹었다. 본가에서 가까운 충정로 철길 떡볶이도 먹었다. 이런 시시콜콜한 하루가 오히려 내가 복잡하게 생각한 것들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을 난 안다. (여기서 달리기까지 딱 했으면 좋았으려 만 아쉽다.)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이 내 생애 짊어져야 할 운명처럼 느껴진 적도 많았다. 남들이 안 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도 있고,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난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던 것들이라 생각한 몇몇은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이란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는 게 두렵다. 혹시 남들이 싫어하는 그냥 그런 일이면 어쩌나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참 무엇 하나 하는 게 쉽지 않다. 배움을 통해서 성장하고 나아가야 하는데, 난 과연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하는 고찰을 통한 성찰을 해 본다. 일터를 바꿔야 하나? 생활양식을 바꿔야 하나? 그동안의 나만의 가치관 혹은 패러다임을 무너뜨려야 하나?라는 질문들이 요즘 나의 하루를 가득 채우고 있다. 문제 자체가 어려우니 쉽게 답을 얻을 수 없다.
그래도 하루 종일 걸어보고 음악도 들어보고 군것질도 해보면 기분은 조금 괜찮아진다. 다들 이렇게 하루 중 시시하고 콜콜한 것들로 풀어가고 있지 않나 싶다. 다들 그냥 이렇게 살겠지?라는 생각을 하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 나의 이런 하루가 누군가의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 든다.
누군가 위로해 줄 수 있는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시작했다. 더 힘든 상황도 시기도 분명 살다 보면 올 것이다. 그럴 때마다 딱 이 정도 하루를 살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그때도 누군가의 위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