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처럼 느껴졌던 글 쓰기를 그저 그대로 쓰는 방법
오래간만에 연차를 내고 집 근처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쓴다. 예전에는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노라면 마치 옛 선조들이 시조를 읊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난 지성인이야. 난 이런 곳에 와서 지성과 지식을 함유하면서 살아가고 있어라고 착각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그땐 스타벅스에서 맥북을 가지고 가서 허세를 부렸던 시절이 있다.)
궁극적으로 그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더더욱 글 쓰기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었다. 300만 원짜리 노트북을 들고 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를 시켜놓은 기회비용을 얻어야 했다. 그래서 난 더더욱 어려운 생각에 고착되었다. 그래서 글 쓰기가 어려워졌다. 무언가를 써내야 해. 누군가에게 영향을 줘야 해. 어느 분야에 전문가가 돼야 해.라는 태도만 만들어졌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내가 글을 쓰는 시기는 뭐 대단한 생각을 했던 시절이 아니다. 대부분 힘든 상황과 시기에 글을 썼다. 어쩌면 가장 나약한 순간에 뭔가 성찰을 하는 것이 글을 쓰면서 위로를 받는 것이었는데, 그게 잘못된 허세로 이어지기도 했다. 단순히 부모님한테 혼나고 나서 세상을 깨달은 것 같은 마음으로 글을 썼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제 글을 다시 제대로 말고 마구잡이로 쓰기 시작했다. 다소 복잡한 나라는 사람이 제일 표현하기 쉬운 방법은 역시 글쓰기였다. 이제는 사회복지사로서 무거운 신념을 지니고 쓰는 것도 지양하려 한다. 그저 삶의 순간에서 사회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뿐이다. 뭔가 연구 주제를 잡듯이 혹은 제언이나 함의를 담아야 하는 그런 글들은 석사 때 논문으로 대체했어야 한다.
그냥 시시콜콜하지만 한번 보면 읽기 쉬운 쉬운 글을 쓰고 싶다. 장문 보단 중문, 중문 보단 단문으로 글을 쓰고 싶다. 그렇게 호흡을 짧게 짧게 하고 싶다. 긴 호흡을 하기 위해서 긴 숨을 모아야 한다. 그 숨을 모으기까지 호흡을 못해 숨이 막히는 일이 없길 바란다.
그래서 할 줄 아는 게 글 쓰기밖에 없는 나를 어딘가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