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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준호 May 21. 2023

장애인 체육대회를 하는 이유는 뭘까?

장애인 체육대회에 관한 장애인당사자단체의 사회복지사 이야기

대전에서 열린 전국지체장애인체육대회

2019년 부산에서 열린 전국지체장애인체육대회 이후 코로나로 인해 2년간 전국지체장애인체육대회를 개최하지 못했다. 작년 2022년 전북을 시작으로 올해는 대전에서 전국지체장애인체육대회를 개최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주최하고 대전지체장애인협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 중앙회 직원 또한 20명 정도 참여하였다. 


전국지체장애인체육대회는 매년 우리 협회에서 개최하는 지체장애인을 위한 체육대회다. 태어나면서 신체적 장애를 겪거나, 후천적으로 장애를 겪은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에 비해 운동을 하며 건강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체육대회를 통해서 평소 운동을 하며 자신의 기량을 뽐내는 날이기도 하다.


또한 지체장애인뿐만 아니라, 17개 시도협회와 230개 지회의 다양한 장애인복지 종사자와 자원봉사자가 함께 모여 장애인들과 함께 체육대회에 참여하며 친목을 도모하고, 이날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을 지원해 주는 시간을 함께 가지며,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진다.

체육대회하기 정말 좋은 날씨 었다.

대전에서 열린 만큼 대전지체장애인협회를 주축으로 체육대회를 진행한다. 20명 정도 중앙회 직원은 개회식에서 내빈안내와 식순에 맞는 진행을 지원한다. 체육대회가 시작하게 되면 경기장 내에 보조 역할을 하면서 곳곳에 벌어질 안전사고와 차량통제등을 하게 된다. 그래서 주무부서인 조직지원부를 빼고 타 부서의 경우 소위 몇 개 안 되는 출장 중 가장 부담이 덜하면서 나들이(?)하는 기분이 드는 행사이기도 하다.


나 또한 내빈 주차 안내를 하면서 차량통제를 하였다. 내빈의 경우 우리 협회 시도협회장, 해당 지역의 단체장, 지역 의원, 지역 장애인단체장등이다. 대전에 모인 전국 17개 시도협회 지체장애인 당사자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지역 내 인사들이 와서 자신의 장애인복지에 대한 정책적, 정치적 의미를 말한다.


특히 이런 체육대회 행사의 경우, 연설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들 모두 기분이 좋다. 넓은 경기장과 탁 트인 하늘 아래 체육대회를 하는 참여자들의 마음이 이미 굉장히 활기차기 때문에, 이런 경우 그동안 지루하게(?) 들었던 연설 또한 에너지 넘치고, 동기부여를 부어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뭔가 더 힘이 넘친다.

매년 다양한 경기를 통해서 지체장애인 선수들이 다양한 경기에 참여한다.

실제 생활체육을 전문으로 하는 장애인도 있지만, 대부분 이날 하루 각 경기종목에 적합한 분들이 선수로 참여한다. 매년 체육대회마다 경기장 상황, 안전사고, 날씨와 같은 다양한 변수로 인해 경기종목을 다양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여러 아이디어와 예산을 지원받아 새로운 경기를 시도해 보는 경우도 있다.


개회식을 시작으로 오전에 예선전을 치르고, 점심시간 이후에 본선을 통해 각 경기별 등수를 통해 최종적으로 우승하는 시도협회가 정해진다. 올해 2023년 전국지체장애인체육대회는 충남협회가 우승하였다. 내년 체육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우승한 협회의 지위와 대우(?)를 받는다. 


본선이 치러지는 동안 이번에 새롭게 중앙회에 입사한 4명의 선생님들과 짧은 체육대회에 관한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하였다. 이런 무더운 날씨 속에서 이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대전협회는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하고, 중앙회 직원 20명이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2023년 종합우승은 충남지체장애인협회에게 돌아갔다.

중앙회에서 일을 하다 보면 행정과 상위기관으로서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현장과 지역에서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을 함께 공유하기로 했다. 함께 같이 경기장을 돌아다니면서 곳곳의 모습들에 대해서 인사이트를 주기도 하고, 질문을 나누기도 하고 답을 들어보기도 하였다.


일단 왜 전국지체장애인체육대회 같은 큰 행사를 하는 것일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하였다. 친목도모, 권익 증진, 공동체 의식 함양등 여러 대답들이 오고 갔고 사실 대부분 맞는 말이었다. 그중 내가 답변한 것은 이렇다. 바로 '장애인도 할 수 있다.' 더 정확히는 장애인당사자단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이 체육대회를 통해 자신의 신체의 장애를 극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협회가 이러한 전국적인 큰 대회를 개최하고 매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메시지를 지역사회에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런 행사를 통해서 지역 내 장애인을 발굴할 수 있고, 계속해서 장애인복지와 생활건강에 대한 여러 지자체의 정책적, 제도적 지원을 모색할 수 있다. 전국지체장애인체육대회의 경우 매년 17개 시도협회가 돌아가면서 개최를 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협회가 주관협회가 되게 되면, 그해에 예산, 행정적 지원, 지역사회 연계자원, 회원모집등 보다 활발한 장애인복지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이번 대전지체장애인협회 또한 체육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서 지자체에 예산을 받고, 지역 내 연계자원을 활용하여서 이날의 행사를 개최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장애인당사자단체가 지역에서의 영향력과 장애인복지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 


이런 메커니즘이 지역사회 장애인 행사에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당사자단체에서 개최한 행사가 다른 행사들보다 퀄리티면에서 뛰어나고 훌륭하다면 그 지역에서의 입지가 더욱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를 꾸준히 상향평준화 하기 위해서 중앙회와 시도협회 시군구지회가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볼거리, 먹거리, 경험할 거리가 풍부한 행사에는 사람이 모이게 되어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이런 기회를 잡아야 되는 지역 내 인사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다면 향후의 지원받을 수 있는 것들이 더욱더 풍부해진다. 

전동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리프트 버스

위 사진처럼 전동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버스는 전국에 10대 4개 노선뿐이다. 이렇듯 전동휠체어 장애인에게는 1일 전국생활권에 살고 있는 비장애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예를 들면 지역 내 단체장이 만약 전국지체장애인체육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온 이런 전동휠체어 전용 고속버스를 보고, 지자체와 후원단체에서 전동휠체어 전용 고속버스를 지원해 줄 수 있지 않냐는 말이다.  


우리들이 보여주지 않으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당사자단체의 사회복지사로서 이러한 배경에 대한 것을 알고 있어야 된다는 것이 내 일방적인 이야기의 취지였다. 


내 이야기가 잘 새겨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장애인당사자단체의 종사자로서 더욱더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함께 나누고 싶다. 그럼에도 의구심이 드는 것은 그날의 하루가 따듯해서 그런 건지 내 이야기가 지루해서 그런 건지 그들의 얼굴의 노곤함이 생각나는 건 뭘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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