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보상? 자기효능감? 경쟁? 인정? 뭐든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협회에 입사한 지 3년 차 장애인직업재활 담당 선생님과 반나절 출장을 갔다. 입사할 때부터 지금까지 나름 챙겨준다 생각하고 함께 저녁에 술 한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지금까지 함께 협회 일을 하고 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장애인직업재활 담당업무를 하고 있는 3년 차 선생님은 평소 묵묵히 자신의 일을 잘하는 후임이다. 직접적으로 함께 같은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평소 일 하는 모습을 보면 본인이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리고 함께 출장을 가게 되었고, 나에 끊임없는 잔소리를 들을 영광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내가 3년 차 선생님께 얘기했던 것은 '욕망을 가지고 일을 해라'였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수 있다. 이미 충분히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우리 협회에 주요 업무와 사업을 보게 되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내가 일하는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우리나라 지체장애인이 회원인 장애인 최대 장애인 회원단체이다. 장애인 260만 명 중 120만 명 이상이 지체장애인이다 보니, 15개 장애유형 중 가장 많은 장애유형이 지체장애인이다. 그렇다 보니 전국의 17개 시도협회, 230개 지회, 66개 장애인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단체이기도 하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로서의 역할과 위에와 같은 중앙회와 법인의 현장에서의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사뭇 다르다. 장애인복지에 대한 관점이 거시적이냐 미시적이냐, 전국적이냐 지역적이냐, 관리적이냐 실행적이냐, 통제권을 갖고 있냐 제한을 당하고 있냐와 같이 여러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
이런 배경에서 내가 했던 이야기는 이렇다. 3년 동안 장애인직업재활 업무를 하면서 본인이 현장에서 느꼈던 당사자들과의 만남과 상황을 토대로 중앙법인의 입장과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부서 이동을 해보라 권유하였다.
우리 협회 부서중 관리부서 혹은 중앙법인의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곳은 4곳이다. 기획행정부, 조직지원부, 시설지원부, 편의증진부 이렇게 4곳 부서 어디라도 좋으니, 본인이 희망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위와 같은 부서로 옮기는 것에 대해서 내년 인사반영시기에 한번 욕심을 내고 자신의 입장을 내세워 보라고 말이다.
나 역시도 처음 입사 시 조직지원부로 입사하여 2년 6개월간 근무한 뒤, 부서 이동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여 지금의 기획행정부에 오게 되었다. 조직부에 있으면서 전국 조직의 여러 사업과 운영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였고, 보다 전문적인 행정력을 갖추기 위해 기획행정부로 부서이동을 하였다.
지금 함께 들어온 1~3년 차 선생님들 사이에서 관리부서에 있으면서 전국 조직을 대상으로 일을 하고 있는 다른 선생님들과의 비교우위에서 본인이 현재 어떤 상황일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란 이야기 또한 하였다. 이것이야 말로 내가 생각한 가장 찐 조언이다.
현재 부서에서 하고 있는 예산, 규모, 지속성, 임원의 관심사, 지역 내 관심등 부서마다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3년 정도 협회에서 근무를 하면 어떤 부서가 그나마 우리 협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 분명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부서에서 처음 1,2년은 고생하지만 그만큼 앞으로의 본인의 역할과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내 위치는 어디인가? 앞으로 나는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난 관리자로 가는 게 좋을까? 아니면 필드에서 현장가로서 활동하는 게 좋을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 지역 내 일선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싶다면, 지역 복지관이나 지회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난 뒤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 또한 내 직급에 내 나이대에 있는 4,5명의 대리급들과 경쟁하면서 과장 진급 혹은 내 입지를 다져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내 나름 협회에 기여하고 내 개인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회사생활 참 재미없다. 그리고 요즘 누가 진급을 하고 승진에 목을 매냐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도 안다. 촌스럽게 요즘 누가 승진이나 진급 따위에 목을 매느냐고 하지만 무거운 왕관 같은 건 써봐도 괜찮지 않냐는 생각이다. 더 높은 곳으로 가볼 생각을 하기 위해서의 여정이라 생각한다면 난 일단은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효능감, 자아개발, 성취감 등 옛스러운 말들이 사라져 버린 이 시대에 오히려 이런 고전적이고 촌스러운 가치를 한 번쯤이라도 실현해 보는 것도 난 나쁘지 않다고 본다. 사회복지사는 좋은 일을 하니깐 착하다고 말하지만, 욕망조차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복자사로서 욕망을 들어낸다는 것이 승진이나 진급이 아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그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에너지와 시간을 들일 수 있는지를 얘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