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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준호 Feb 08. 2024

여보, 우린 사회복지 하는 사람이잖아.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향한 마음이 사회복지 하는 사람들 아닐까?

사회복지 일을 한다고 하면 다들 좋은 일 한다고 한다. 참 그 말이 싫다. 좋은 일은 어렵다. 근데 사회복지는 좋은 일이라고 다들 말한다. 하지만 사회복지를 한다 해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정도'의 일이라 생각한다. 그 부족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한 체 쉽게 얘기한다. 그래서 좋은 일이라고 듣는 게 싫다.


의사는 생명을 살린다. 죽음에서 삶을 부여해 주는 일을 '정도'라 표현하지 않는다. 누구나가 어렵고 힘든 일을 했다 말한다. 사회복지사가 후원품을 나눠준다.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린 의사처럼 복잡해지기로 했다. 보다 전문성을 갖춰가며 어렵게 일을 하려고 한다. 좋은 일을 하지만, 어려운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 위해서다. 그럼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는 수요자도 똑같이 생각할까?


공급자에 입장에서 절차를 어렵게 하면 일이 어려워진다. 수요자에게 필요한 것을 어렵게 전달해 주면 어려운 일이 된다. 그래서 사회복지 행정 시스템은 어렵다. 뭐 하나를 신청하려면 온갖 필요한 서류들이 많다. 그렇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돌아간다. 그리고 좋은 일을 하려면 이 정도 어려움은 있어야지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런 절차로 인해 복지낭비를 막을 수 있다 한다. 맞는 말이다. 어려운 일을 하고 좋은 일을 하니 뭔가 전문가가 된 거 같다.

그래서 수요자의 구구절절한 이야기 보다 신청 유무 여부를 판단한다.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질문과 답을 요구한다. 그렇게 사회복지 현장에서 실천의 가치가 추락하는 순간이다. 아내와 이런 이야기를 평상시에 많이 나눈다. 복잡하고 행정 절차로 인해서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어렵고 힘든 이들이다. 적어도 그들에게만큼은 어렵지 않게끔 다가가면 안 되는 걸까?


나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 그들에겐 어려울 수 있다. 좀 더 친절하게 그들의 속도에 맞춰 기다리는 것이 쉽지 않다. 이들에게 복잡한 행정 시스템 보다 더 어려운 일은 우리의 태도다. 그래서 사회복지 실천의 가치가 행정 시스템 보다 항상 우위에 있어야 한다. 하루에도 수십 명과 상담하고, 수십 통의 전화를 할 것이다.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잊고 있었던 사회복지의 가치를 끄집어낸다.


그래서 나와 아내는 이 가치를 틈틈이 얘기하며 끄집어내고 있다.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에게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일 무엇인지 말이다. 참 사회복지 어렵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니 말이다.


복잡하지만 어렵지만 여전히 좋은 일이라 말해주는 이들이 있다. 감사하고 때론 미안해하는 분들도 있다. 단지 내 일을 할 뿐인데, 더 큰 기쁨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이 일이 참 매력적이고 잘하고 싶다.


어렵고 복잡한 상황 속에서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일하고 싶다. 그렇게 사회복지 일을 계속하고 싶은 소망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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