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첫 시합, 1년 후 이야기
‣주짓수 대회 '앱솔'이란?
주짓수 대회에서는 벨트와 체급에 따라 경기가 나뉘는데, 앱솔은 벨트는 나누지만 체급은 구분하지 않고 진행된다.
1년 전, 이맘때쯤 아들은 주짓수 첫 시합을 준비했다.
처음 경기에 나섰던 그 장소에서 다시 주짓수 대회가 열린다고 하길래 주저 없이 신청했다.
아들의 첫 도전이 시작됐던 특별한 곳이라, 이번에는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앱솔도 함께 신청했다.
하지만 막상 신청하고 나니 내 체급에서도 잘하지 못하는데 신청한 게 아닌가 싶어 후회가 밀려왔다.
“오~ 엄마! 앱솔 나가는 거야?”
“허무하게 지면 어떡하지?”
“엄마! 도전하는 게 멋있는 거야! 잘할 수 있어! 나도 크면 앱솔 나갈꺼야!”
아들이 의욕에 불타올라 뭔가를 하려는 모습을 보니, ‘도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이기는 것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과정보다 이기는 게 더 중요했다. 소극적인 내가 두근거리는 떨림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계속 대회를 나갔던 이유는, 이겨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실패를 그 자리에서 인정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아이에게 이 모습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었다.
주짓수 대회는 이 모든 것들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부모는 자식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도 없고, 어느 순간에는 어려움을 막아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을 함께 겪어가며 보여준다면, 아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든 상황들을 조금이나마 유연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대회를 준비해보긴 처음이다.
이제는 이 순간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