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지 않는 우리 집의 방.
가족만이 들어갈 수 있는 이곳에서는 음식을 먹거나 공부를 할 수 없다. 오로지 주짓수 연습만을 위해 4cm 두께의 매트가 빈틈없이 깔려 있는 공간이다.
호기롭게 마련한 연습 공간이었지만, 실제로 연습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상대가 없다 보니 서브미션 기술은 시도조차 어려웠고, 결국 기본 동작 몇 번 하고는 지쳐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성인 크기와 비슷한 무게의 더미를 주문했다.
‘아무리 무겁다 해도 인형이잖아.’
택배 문자를 받고 부랴부랴 집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데, 대형 솜인형처럼 묵직해서 결국 질질 끌다 주저앉아 버렸다. 사람 모양의 실루엣이 보이는 포대자루를 누가 보면 기겁할까 봐 마음만 더 급해졌다.
현관문을 지나 베란다를 통해 들어가는 주짓수 방까지 30분이 걸렸다. 포장을 뜯자마자 흠칫 놀랐다. 인형인 걸 알고 있었지만, 성인 남성이 앉아 있는 듯한 모양새는 여전히 낯설었다.
“으아악!”
학교 갔다 온 아들이 체육관에서 돌아오자마자 신발을 내던지며 한 첫마디였다.
“엄마, 나 진짜 깜짝 놀랐어. 누가 우리 집에 몰래 앉아 있는 것 같아.”
더미의 크기와 모양이 마치 진짜 사람이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놀랐던 것이다. 나는 아들의 모습이 귀여워 마냥 웃음이 나왔다.
우리는 더미의 모습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연습만 하면 된다.”
더미와 함께 연습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우선, 더미에게 입힐 도복이 필요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도복이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는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었다. 결국 더미에게 맞는 도복을 구입하기로 결심했다.
이러한 상황은 예상보다 더 큰 현실적인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나의 도구를 사면 또 다른 것이 필요다.
조금씩 더미와 친숙해졌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작은 불편함과 난관들이 쌓여만 갔다.
여러 가지 걱정이 들지만, 그래도 더미를 보면 우리 집에 새로운 연습 파트너가 생겼다는 사실에 흥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