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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하리 Oct 27. 2024

주짓수양록

탭은 빠르게!


시합 중 탭 치고 있는 모습

탭 :

주짓수에서 "탭"은 상대에게 항복을 알리는 신호.

상대방이 특정한 기술에 의해 압박을 받거나 고통을 느낄 때 사용되며, 

손이나 발로 바닥을 두드리거나 상대방의 몸을 가볍게 치는 방식으로 표현. 

(손과 발이 상대의 기술에 묶였을 때는 “탭”이라고 말해도 됨.)     

탭을 하면 즉시 경기가 중단되고, 상대방이 기술을 풀어주게 된다. 



 주짓수에서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탭'을 치는 이유이다. 

탭은 단순히 경기를 중단하라는 신호가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존중하는 행동이다.


 탭과 관련된 유명한 말들이 있다.

"탭은 기술의 결과이지, 나의 가치가 아니다."

"누구도 지고 싶지 않다."

"탭을 통해 배우고, 더 강해지라."

"경기에서의 탭은 개인적 성장의 일부이다."


 이처럼 주짓수는 기술을 연마하며 성장하기 위한 수련이다. 서브미션에 걸렸을 때는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자존심 때문에 버티다가는 부상의 위험이 크고,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주짓수 초보자인 나도 처음에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한 시합에서 암바에 걸린 적이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빠져나올 수 있어. 조금만, 조금만.’

마음속에는 버텨야겠다는 생각뿐이었고, 팔은 이미 쭉 뻗어져 있었다. 탭을 치지 않자 상대는 기술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나는 아픈 팔을 안고 뒤늦게 탭을 치며 경기를 마쳤다. 이후 통증 때문에 한동안 운동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우리 인생에서도 인정하는 것은 탭과 같다.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끝까지 버티려 하다 보면, 결국 상처받는 것은 나 자신이다. 버티면 버틸수록 더 큰 상처를 받는다는 걸 알면서도, 왜 쉽게 인정하지 못할까?


 일에 쫓겨 밤잠을 줄이며 버티다 보니 몸과 마음 모두 한계에 이르렀다.

“엄마, 지금 과자 사다 주면 안 돼?”

“힘드니까 내일 사줄게.”

“엄마, 사준다고 해놓고 안 사줄 거잖아. 지금 사줘.”


 크게 투정 부리는 것도 아닌데,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울며 잠든 아들을 보며 자책과 미안함이 몰려왔고, 한편으론 '나도 힘들어서 어쩔 수 없었어.'라고 합리화하려 했다.


 차라리 아이가 잠들기 전에 "엄마가 너무 피곤해서 큰 소리가 났어. 미안해."라고 솔직하게 말했더라면, 서로의 속상한 마음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 탭을 치는 것처럼 마음의 한계를 인정했다면, 불필요한 상처를 주고받지 않았을 테니까.


 주짓수에서 탭을 치는 건 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멈추는 것이다. 삶에서도 때로는 멈추고 인정할 때가 필요하다.


 마치 탭을 치는 순간이 다음 경기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인 것처럼, 우리의 일상에서도 과감하게 멈추고 돌아볼 용기가 필요하다. 누구나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지만, 이를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새로운 길이 보이기 마련이다.


 이렇게 마음의 탭을 배워가는 과정은 주짓수뿐만이 아닌, 내 일상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힘들어도 참아내는 것이 곧 강한 것이라 여겼지만, 요즘은 나 자신의 한계를 솔직히 받아들이고, 필요한 순간에 멈춰서 쉬어가는 것이 진정한 용기임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더 견디면 달라지겠지.’라며 끝까지 버텼지만, 지금은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는 법을 배웠다.


 이러한 변화는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예전에는 엄마로서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내 힘든 순간들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더 건강하다는 걸 느꼈다.


 탭을 치고 물러서는 순간, 비로소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주짓수에서 탭은 경기의 중단이지만, 삶에서의 탭은 오히려 나에게 여유를 주는 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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