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제자리면 어떻게 하지?
주짓수를 시작하고 첫 3개월 동안, 관장님이 정해주신 파트너와 번갈아 가며 기술 연습을 해야 했지만, 내가 시간을 너무 끌다 보니 파트너가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미안해요, 나 때문에 해보지도 못하고…”
“괜찮아요. 그래도 잘하셨어요. 나중에는 더 잘하실 거예요.”
어느 누구와 파트너가 되든 항상 나를 격려해 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럴 때마다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주짓수에 대한 흥미도 점점 사라졌다. 결국 결석이 잦아졌고, 결석이 가장 많았던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나는 좋은 파트너가 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상대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아서 SNS와 유튜브 등 주짓수와 관련된 모든 것을 찾아 공부했다. 하지만 공부한 내용은 체육관에 들어서면 기억나지 않았다. 아직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절반 정도만 기억에 남고, 나머지는 블랙아웃된 것처럼 사라져 버린다.
오랜 시간 주짓수를 한 유튜버들이 “3개월만 버티면 괜찮아진다.”, “6개월 후엔 스파링이 재미있어진다.”라고 말했지만, 반신반의하면서도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래도 그들의 조언이 나에게 작은 희망이었다.
3개월이 지나면서 주짓수가 재미있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애매한 느낌이 들었다.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실력이 좋아지는 것에 비해 혼자 제자리에 머무는 것 같아 승부욕에 불타올랐다. 이건 좌절이 아니라 부러움에서 비롯된 승부욕이었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관장님! 내일부터 주 3회로 나오겠습니다!”
비장하게 선언하고 체육관을 나섰지만, 곧바로 ‘주 2회도 잘 못 나왔는데 너무 무리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주짓수를 시작한 지 5개월쯤 되어 첫 대회에 참가했다. 비기너 부문이었고, 같은 체급의 상대가 없어 체급을 올려 출전했다. 기술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지만, 일단 힘으로라도 버텨보자는 각오였다. 만약 지게 된다면,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소극적으로 싸웠기 때문일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그 대회에서 기술도 부족하고 힘도 약한 내 모습만 확인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훈련이 부족하게 느껴졌고, 처음 시작했을 때 두려움이 다시금 떠올랐다.
처음으로 내 모습을 제대로 보고, 인정한 순간이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 속에서 과연 내가 얼마나 진심으로 연습해 왔는지 되돌아보았다.
비록 이길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그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할지 고민했다.
패배할 때 오히려 나의 모습이 가장 뚜렷하게 보였다. 그 순간만큼은 내 부족함을 마주하며 스스로를 인정하는 법을 가장 빨리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패배가 두렵진 않지만, 그렇다고 패배에만 머물러 있진 않을 것이다.
주짓수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중한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