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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키 IKE Mar 05. 2022

분명 살게 없었는데, 살게 생겼습니다

국민 'XXX' 스토어에 가면 나는 왜 빈손으로 나오지 않는가? 

"2022 올X브X 최대 70% 세일" 


  'COVID-19'으로 일상에서 크게 달라진 게 있다면 화장품 소비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마스크를 쓰기 이전엔 다양한 색조 조합을 활용한 메이크업을 즐겨 했다. 어느 브랜드의 살구빛 블러셔가 유명하다더라, 베이스 메이크업이 잘 되기 위해서는 여기 브랜드 이 제품이 좋다더라, 립은 A 브랜드의 A+B 조합이 예쁘다더라. 나의 주된 관심사는 어떤 색조 조합이 예쁜가였다. 그런데 마스크를 상시로 써야 하는 요즘 과한 화장은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어차피 마스크를 써서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1일 1 마스크를 써도 화장으로 금세 더러워지는 마스크 내면을 보면 더 찝찝해진다. 그리고 내가 평소 메이크업 화장품을 줄이게 된 이유에는 메이크업과 마스크의 오랜 시간 조합은 더 많은 트러블을 불러일으킨다는 개인적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엔 색조 메이크업을, 코로나 이후엔 스킨케어 제품을 

 그래서인지 미용 용품에 대한 지출 유형이  'COVID-19' 이후로 많이 달라졌다. 요즘의 난 어떤 제품이 더 건강한 피부를 만드는지, 성분은 어떤 게 들어서 자극이 덜한지 기본적인 스킨케어 제품에 많은 관심을 들이고 있다. 화장을 덜 하기 때문에 민낯 그대로가 외부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건강해진 피부는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전의 투자에 비하면 덜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 여성 파우더룸으로 불리는 '올X브X'은 최근 70%에 가까운 브랜드 세일이 진행 중이다. 그럴 때마다 신기한 건 분명 살게 없이 구경만 하러 들어갔는데 출구를 나온 나에게는 거금 10만 원이 넘는 영수증이 들려 있다는 것이다. 이건 마치 딱히 목적 없이 대형마트에 갔는데 행사하는 상품에 눈이 돌아가 '언젠가는 필요한 아이템'이라는 명분으로 구매하는 소비자의 모습과 같지 않을까. 그렇게 난 '지금사야 이득'이라는 스스로의 합리적인 명분과 함께 지출을 하고 말았다. 


 

 국민 생필품은 '다이X',  국민 화장품은 '올X브X'

만약 나처럼 살아가면서 필요한 생필품(스킨케어 제품도 포함되므로)을 세일 기간마다 1인당 10만 원씩 소비하게 된다면 대기업에서 얻게 되는 이익은 어마어마 할 것이다. 물론 수많은 드럭스 스토어 중에 '화장품 구매'하면 떠오는 곳이 구매의 결정력을 가지게 되는 브랜드 파워를 가지게 되겠지만. 기업은 벌어들인 돈으로 소비자의 니즈가 있는 브랜드의 제품을 입점할 수 있는 파워를 가지게 되고, 또 다른 순환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제품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 소비자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이득 하는 이점이 생긴다. 하지만 기업의 파워가 커질수록 어떻게 보면 강한 파워를 가지게 되는 것이니 이게 추후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의문이다. 


 똑똑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이어가는 소비자가 많아지기를 

이 글은 나의 소비습관에 대한 셀프 비판이 될 수도 있겠다. 구매를 하러 가기 전에는 필요한 제품 목록을 적어가고, 합리적이게 따져보고 지출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를 바란다. 다음엔 50% 할인행사 제품에 눈을 돌리지 않는 굳건한 내가 되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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