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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키 IKE Mar 20. 2022

우리 집에 '확진자 가족'이 산다  

누가 우리 집 반려견에게 이 상황을 이해시켜 주세요.

"XXX(아빠)님의 코로나 19 유전자 검출검사(PCR) 결과 양성(확진자) 임을 알려드립니다."


성인 4인이 함께 거주하는 우리 집에 아빠가 코로나 19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3월 16일 기준 신규 확진자가 60만 명을 넘어섰으니 우리 집도 그 바이러스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회사 동료들의 경우 가족 중 한 명은 코로나에 걸리던데 비교적 우리는 슈퍼 면역력을 가졌다며 입방정을 떨었던 아침이 불현듯 떠올랐다.


우리 집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길 줄이야

'우리는 아니겠지'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만약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다면~'의 계획은 없었다. 원래 계획을 세우는 성향의 가족들도 아니다. 그러니 한 사람의 몸이 이상하다 느껴졌던 그 순간(근육통)  KF94 마스크를 쓰고 모두가 얼어버렸다. 아, 정말 가까이에 와버렸구나. 우선 자가진단 키트를 미리 구비해뒀기 때문에 서둘러 각각 검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아빠만 양성, 나머지 3인은 음성이다.


그 즉시 병원에 가서 PCR 검사를 받았고 확진자 판정이 되어 집의 한 공간에서 자가 격리 7일을 시작했다. 그러니 오늘이 2일 차라고 할 수 있겠다. 첫날은 나머지 3인의 동거인들이 집안 곳곳을 소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럴 때 도움이 된 건 미리 구비해둔 소독 스프레이다. 환기부터 청소, 온 집안 구석구석 소독 스프레이로 뿌리고 닦고 빛나게 청소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 건 식기류 구분하기. 이제부터 확진자 가족의 식사는 방 안에서만 가능하므로 식기류가 겹치는 일이 없도록 전부 한 곳에 구분해둬야 한다. 한 곳에 두던 숟가락, 젓가락을 포함해 사용하는 집기류를 별도의 통에 분류해서 놓았다.


다행히 모두 이 상황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성인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복병이 있다면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이다. 이제 4살이 된 우리 '호두(반려견 이름)'는 평상시에도 우선순위가 엄마 다음에 아빠다. (안타까운 사실은 자녀들이 반려견을 입양해온 것인데, 자신을 아주 이뻐한다는 것을 아는지 항상 우선순위는 엄마와 아빠가 먼저다. 나는 아마도 4순위쯤 되는 듯하다..) 그러니 호두는 아빠가 방에만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할 리 없다. 지금도 시간만 나면 아빠가 격리 중인 방 앞에 시무룩하게 엎드려 낑낑 소리를 낸다. 아마도 왜 자신과 놀아주지 않느냐며 삐진 듯이.



누가 우리 반려견에게 집 안에 '코로나 확진자'가 있다고 이해 좀 시켜주세요.

한 공간에 있기 답답하기는 아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은 나머지 가족들이 거실과 연결된 베란다를 7일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아빠는 안방과 베란다를 사용하기로 했다. 어제는 정말 어디에 가둬 둔 것처럼 하루 종일 안방에만 계셨다. (평상시에 많이 돌아다니는 성격인 나에게는 격리는 정말 끔찍한 일이다.) 이제는 아빠와 호두가 거실 베란다를 사이에 두고 마치 사연이 있는 견우와 직녀처럼 서로 절절하게 쳐다본다. (물론 이때도, 아빠는 마스크를 쓰고 조심스럽게 생활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있을 텐데, 이제는 반려견이 '마스크' 외출의 행동을 눈치챈다. 그러니 마치 아래의 그림처럼 코로나 시대의 '산책 가자' 마무리는 마스크인 셈이다. 우리  반려견도 주섬주섬 옷을 입고 있으면 눈치를 살살 보다가 최종적으로 마스크를 쓰면 마치 '까야~~~' 소리 지르듯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자신도 데려가라고 낑낑거린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우면서도 웃긴 현실이다.




코로나 시대에 가족이 확진자가 되면 불편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일상(회사 생활 등)에 지장이 가기 때문에 불가피한 자가격리가 동반된다. 나머지 동거인을 위해 한 명이 자가격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 반려동물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집 안에서 마스크를 쓰는 상황이 생겨도 그게 '산책 가자'의 의미가 아님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견주의 마음이다. 다행히 동물들도 상황 파악을 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기존처럼 마스크를 써도 나가지 않는 상황을 조금은 어리둥절하게 쳐다보지만 내심 이해해 주는 분위기다.


우리 가족도 동거인의 자가격리는 처음이라서

요즘은 사회활동을 하는 가족 중 1명 이상은 코로나에 걸리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 된 듯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대비책을 마련해 둔 것도 없으니 그저 가능한 범위에서 해결해 내는 수밖에 없다. 지금 이렇게 생활하는 게 힘들어도 이해할 수 있으니 모두가 힘들어지지 않게 되기를. 그리고 우리 반려견이 이 상황을 이해해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더 나아가 하루빨리 모두가 마스크를 벗는 일상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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