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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키 IKE Jun 28. 2022

이대로 직장생활 30년을 해야 할까?

브런치는 글 쓰는 사람에게 대학로 소극장이다.

대한민국에서 평균적으로 정년퇴직 나이는 60세이다. 만약에는 가정법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내가 계속해서 조직생활을 한다면 꼬박 30년 정도를 더 일해야 한다. 정말이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물론 우리네 부모님 세대는 그 대단하고도 어려운 길을 참아내셨지만 과연 당신이 이렇게 오래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 길을 걸었을까? 아마 현실의 삶을 살아가느라 정신없이 살다 보니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을 거라고 감히 어림짐작해 본다.


난 지금 조직에서 내가 맡고 있는 일에 대해 책임감도 있고 어느 정도 숙련도 되었지만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타오르는 열정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예"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반대로 작가가 되어 글쓰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그 보이지 않던 열정이 샘솟는다. 밤새 애써 찾으려고 해도 보이지 않던 용암의 불꽃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난 마음껏 글을 쓰고 누군가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곳 브런치가 참 좋다. 프로 작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무대가 된다면 아직 아마추어인 나에게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무대에 설 기회를 얻는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공부도, 일도, 연기도, 글쓰기도 매한가지로 잘하려면 꾸준한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에 하얀 페이지에 첫 문장도 제대로 쓸 수 없던 5개월 전의 나와 비교하면 발전의 속도가 눈에 보인다.


브런치에서는 누구나 나만의 무대를 꾸밀 수 있다

아마도 회사에서 정해진 틀 안에 살아야 하는 환경이 나를 자유롭게 만드는 이곳에 대한 갈망을 더 키우게 했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다 보면 정해진 틀이 편리할 때도 많지만 때로는 갑갑한 갑옷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렇게 틀 안에서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창의력을 점점 더 잃어가고 생각하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곳에서는 기획부터 연출, 편집까지 모두 내 손을 거친다. 그래서 책임도 나에게 있지만 그만큼 재미가 있다. 정말 원하는 대로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기자가 무대에서 표정과 몸짓을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면 작가는 글의 호흡을 통해 독자와 소통한다고 생각한다. 그 글을 읽는 순간부터 독자와 작가는 같은 공간에 공존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나눈다는 것이 매력적이게 느껴진다.


요즘 나의 취미는 브런치 메인에 걸린 글과 사진을 보는 것이다. 전혀 만날 수 없는 타인의 삶 한 조각을 그 페이지를 통해 만난다. 누군가는 해외에서 거주하며 색다른 경험을 하기도 하고,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통해 공감대를 얻기도 하며, 재밌는 에피소드를 통해 웃음을 얻어 가기도 한다. 그러니 이곳은 글을 쓰는 공간일 뿐 우리의 인생 조각이 담겨있는 항아리다.


항아리에 담긴 음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색다른 풍미를 가진다. 그와 동시에 바쁘게 사느라 잊고 지냈던 반가움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나의 항아리를 열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더 풍미가 깊었으면 좋겠다. 그게 브런치를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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