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가 말하는 외국계 기업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올리기 위한 혁신적인 사무공간, 이를테면 미끄럼틀을 이용한 층 이동.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서로의 닉네임을 부르는 상하관계. 타인의 의견을 마음껏 말하고 눈치 보지 않는 꿈의 직장.
혹시 이것이 당신이 생각하는 외국계 기업인가요?
하나의 초콜릿을 사려고 해도 각 기업에서 만들어내는 상품이 다르고, 배합이 다르듯 모든 기업마다 차이가 있다. 내가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기 전에는 ‘구글(Google)’같은 꿈의 회사로 불리는 조직문화와 복지 때문에 환상을 가지기도 했었다. 업무의 강도가 한국계 기업보다 약하지 않을까, 조직문화도 흔히 말하는 ‘꼰대’가 없거나 적지 않을까,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사람들이 모였으니 포용력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런 조금의 환상을 가지고 현재 다니는 기업에 입사를 했다. 외국계 기업 4년 차가 되어 위에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본다면. 업무 강도는 ‘case by case(케이스 바이 케이스)’ 회사와 부서, 그리고 직책에 따라 달라지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 계보다 강도가 높은 편이었다. 그리고 조직 문화는 한국에 위치한 기업을 다니는 이상 각 기업마다 규정이 있고 정책이 있으므로 차이는 있으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국적 동료들과 근무를 하기 때문에 포용력은 확실히 있는 편이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의 경우, Diversity day로 지정해서 적극적으로 다양성을 포용하려 노력한다.
다음은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외국계 기업이 한국계와 다른 부분 Big 3.
- 다국적 직장 동료가 생긴다. 동아시아를 비롯하여 유럽, 미주, 아프리카까지 많은 국가의 동료와 일을 한다.
- 오피스가 한국에 위치해 있어도 매니저가 외국인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메일/보고/보고서 등 관련 업무는 영어로 처리되어야 한다.
- 해외 출장의 기회가 많아진다. - 타국적 동료와 만나야 할 일이 생길 경우 각 나라의 중간 지점이나 상호 간의 국가에서 일정이 잡힌다.
해외 출장은 참석자로서 부담이 크지만 여행만큼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다.
아마 회사에 다니며 기억에 남는 일을 선택하라고 하면 단연 해외출장 경험일 것이다. 한 번은 워크숍 일정에서 최대 7개국 직장 동료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업무 외에도 다국적 동료를 사귈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한번 만났던 동료는 계속 같은 회사에 다니는 이상 회사 메신저(팀즈, Teams)를 통해 대화할 수 있으니 오랜 시간 관계를 이어갈 수도 있다.
특히 K-콘텐츠가 유행한 이후에는 만나는 동료들이 한국 드라마(오징어 게임, Squid game, 좀비 시리즈 등)나 K-pop(BTS, 방탄소년단)을 주제로 한국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한국인인 것에 자부심이 생기기도 하고 다양한 매체(OTT service- Netflix, Youtube)가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게 된다.
실제로 식당을 가기 위해 함께 동석했던 인도 동료들이 차 안에서 먼저 ‘BTS- Butter’ 노래를 선곡하며 가사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21세기인 지금은 해외출장의 기회가 워낙 많아서 이런 일들이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에게만 주어지는 다른 점은 아닐 것이다. 다만 같은 일을 하는 다국적 동료들의 어려움과 다른 점, 아이디어를 들으며 효과적인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이 있음은 분명하다. 국한된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고, 또 그런 점은 회사 전체에도 잠재적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는 기회야말로 외국계 기업에 재직하는 직장인에게 주어지는 긍정적인 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