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COVID-19’이 시작되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을 고르자면 나의 민낯을 숨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민낯은 화장품을 덧바르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본연의 나를 숨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마스크 뒤에 민낯을 숨길 수 있었다면 반대로 키보드는 나의 민낯이 드러나도록 만드는 요소다.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로 말을 할 때, 혹은 글을 쓴다고 표현한다면 솔직해진다. 여기에서는 나를 포장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덕분에 자유로워진다.
학생의 신분에서 사회인으로 위치가 달라지고 난 이후로는 ‘자유’롭지 못했다. 최소 하루에 여덟 시간은 근로계약 조건에 위배되지 않도록 어른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했고 또 그 외적인 시간은 일상을 준비하기도 하고 나 자신을 위한 시간, 그리고 가족과 지인을 위한 시간에 할애해야 했다.
그러니 비로소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 시간이 ‘온전한 나’가 되는 순간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조용히 나의 내면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귀를 기울이고 어떤 말을 꺼내고 싶은지 그래서 무슨 말을 전달하고 싶은지 들어본다. 때로는 그 과정에서 바쁘게 사느라 미처 잊고 살았던 감정을 만나기도 하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간들을 파악하기도 한다. 중요하지 않았던 순간은 금세 잊어버리기 마련이고 소중했던 순간은 절대 잊히지 않으니 말이다.
글을 쓰며 나를 되돌아보면 스스로는 절대 자각하지 못했을 일들을 깨우치고는 한다. 이런 행동은 당연한 게 아니니 조심하자, 저런 말들도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으니 하지 말자. 그럼에도 여전히 부족함이 눈에 보이는 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겠지. 나는 그래서 되돌아봤을 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기 위해 오늘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