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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키 IKE Nov 25. 2022

입사 초기부터 매일같이 가던 카페가 문을 닫는다

나의 회사생활 한 챕터가 추억으로

“사장님, 아이스 아메리카노 1잔 주세요!”


회사 앞 1분 거리에 있는 카페가 단골 카페로 자리 잡은 것은 입사 초기부터였다. 워낙 건물에서 가깝기도 하고 가격도 저렴한 데다 직원들이 자주 가던 카페이기에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에 한 잔, 많게는 두 세잔 회사 카페테리아 마냥 드나들고 간간이 사장님과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거의 회사의 한 부분으로 생각했던 카페였다. 그 카페가 처음 방문한 지 4년여 만에 폐업을 한다고 한다.




그곳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이미 회사를 떠난 수많은 팀 동료들과 일상, 그러니까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회사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끼리 비밀 이야기도 하면서 너무 많은 추억을 쌓았다. 가끔 그곳에서 곧 퇴사하는 직원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때도 ‘나도 언젠가 떠난다면 사장님께 안부 인사드리고 가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정작 사장님이 이곳을 떠나신다. 아쉬움이 큰 건 그동안 그곳에서 진심으로 마음 놓고 떠들었기 때문일까.


카페에 들어서면 함께한 추억이 많아서인지 많은 일들이 기억난다. 나의 두 번째 회사 생활이 시작된 긴장되던 날도 따뜻한 차로 마음을 녹였고, 쏟아지는 아침잠에 정신 못 차리는 출근길에도 커피 수혈을 도와주었으며 오후엔 달달한 카페인 충전을 또 동료들과 못다 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야 할 때도 요긴하게 모이던 우리의 아지트였다. 늘 은은한 조명으로 출근길과 퇴근길을 밝혀주던 카페 간판이 사라지면 어떤 마음이 들지 벌써부터 아쉽다.


‘회자정리’라 불리는 사자성어처럼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당연히 있는 법이다. 그런데 왜 그게 늘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지. 생각해 보면 한 회사에서 일정 기간 이상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스쳐 지나간 인연과 수많은 변화에 무뎌져 가던 나였다. 헤어짐에 무뎌져 가던 내가 다시 감각을 느낀다. 요즘 나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잠자고 있던 감각들이 깨어나는 느낌을 받는 시기. 그래서인지 정들었던 공간을 비워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 아쉽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아직 기간이 남았기에 예쁜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 풋풋하게 지금 회사를 입사했던 나도 그만큼 연차가 쌓였고 많은 일들을 경험했고 또 현재 진행형으로 살아내고 있다. 처음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오늘도 진행형으로 실현되고 행동하고 있을 때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기억하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 준 카페도, 사람도, 또 기억들도 함께 공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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