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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키 IKE Feb 01. 2023

7개월간 번역봉사, 내가 얻은 2가지

noblesse oblige(노블레스 오블리주)


개인적으로 “OOO는 내일부터”라는 말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어차피 내일이 되어도 난 오늘과 같은 마음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이 되면 헬스장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다가 연말이 되면 싸-하게 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내가 헬스장을 처음 다니게 된 날짜는 12월 27일이었다. 왜 그날이었을까? 아마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과식을 했고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순간이 바로 그 시점 이후이지 않았을까 싶다. 난 마음먹은 그날, 퇴근길에 바로 헬스장에 들러 간단한 테스트 겸 상담을 받은 후 정기 이용권을 끊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서 3년 넘게 웨이트 트레이닝 운동을 하고 있다.


비슷하게 ‘내가 OOO이 되면~’ 시리즈가 있는데 ‘내가 OOO만 합격하면, OOO만 되면~ 뭐를 해야지!’라는 목표를 되도록이면 가능한 시점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그중 하나가 ‘기부’였다. ‘내가 자금 사정이 넉넉해지면, 타인을 돕고 살아야지’하며 마음을 먹지만 과연 스스로 인정할 만큼 ‘여유가 있는 상태’가 그리 쉽게 될까? 솔직히 말하면 직장인 8년 차인 지금도 월급을 받는 입장에서 ‘여유롭다’라기보다는 ‘한 달 살아갈 정도’의 자금으로 표현하는 게 맞을 거 같다. 그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11월, 첫 직장에서 월급을 받기 시작했을 때 난 특정 기부 단체와 협약을 맺고 아동에게 매월 일정금액 후원을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매월 5,000원이었고 지금은 통장에서 매월 35,000원이 기부금으로 지출되고 있다. 그리고 작년에 추가된 게 있다면 바로 ‘번역 봉사’ 활동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도움이 될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언어’가 떠올랐고 ‘굿네이버스 아임유어팬 13기’ 번역봉사 활동에 신청하여 번역 봉사자로 선정되어 2022년 8월부터 약 7개월간의 번역 봉사 활동을 마쳤다. 총 번역 완료된 건은 442개, 누적 시간으로 합산하면 44시간 12분이다. 주 1회 간격으로 번역물이 담당자에게 배포되었으니 일주일에 약 12건의 편지를 번역한 셈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일주일 안에 10건에서 많게는 24건 정도의 편지를 번역해야 한다는 것이 꽤나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가볍게 생각하고 참가 신청까지 했는데.. 이러다 중도 포기해야 하는 거 아니야?’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스스로와의 약속을 깨버리는 거 같아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 활동을 하면서 크게 달라진 점이 있는데 바로 두 가지다. 하나는, 물욕이 줄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일상의 소중함을 더 크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우선 물욕은 지구의 저 반대편(주로 번역했던 친구들의 국가는 남아프리카 지역)에 사는 친구들이 처한 환경을 생각하며 겸손함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이 매월 전달되는 후원금으로 주로 받게 되는 것이 ‘식수 공급’, ‘식료품’, ‘학용품’과 같은 기본 생활에 필요한 것인데 얼마나 큰 감사를 표하는지 알게 된다면 저절로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제어되는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것인데 살아가면서 공존하는 많은 것들에 ‘당연함’은 없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가진 맑음, 순수함, 감사의 마음을 생각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얼마나 감사해야 할지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겸손함을 배울 수 있었다.



여름에 시작해서 겨울에 끝이 난, 7개월간의 번역 봉사를 마친 소감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지만 그만큼 보람되고 뿌듯한 일”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을 거 같다. 봉사는 늘 내가 베푸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하고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겸손함을 배우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개인적으로는 많이 배웠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누군가 타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다고 생각 들었다면 ‘내일’이 아니라 ‘오늘’ 용기 내라고 전하고 싶다. 나를 더 나아가게 만드는 것은 '완벽한 타이밍'이 아니라 오늘 마음먹은 것을 해낼 ‘용기’ 일 테니.


나의 번역내역 : 총 442개, 44간 12분


굿네이버스 아임유어팬 13기 번역봉사 증명서


메인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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