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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키 IKE Mar 01. 2023

저도 과장은 처음이라서요

30대 과장일기

20대 초반 아르바이트생 시절에는 모르는 게 많아서 어려웠고

20대 후반 회사원 시절에는 배우는 단계여서 자신감이 부족해 어려웠다면

30대 초반 회사원은 나름대로 많은 것을 알게 되어할 말이 있어도 꾹 참아내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대리일 때는 이제 사원 아니고 대리잖아라고 욕먹고

과장이 되니 이제 대리 아니고 과장이잖아라고 욕먹는다.


'과장'이라는 사회적 직함 타이틀을 단지 고작 2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에 달라진 게 있다면? 나름대로 신선하게 욕을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리'일 때는 이제 사원 아니고 대리잖아라고 욕먹고, 과장이 되니 이제 대리 아니고 과장이잖아라고 욕먹는다.' 이 레퍼토리가 끝이 나려면 아무 직함도 달고 있지 않은 백수의 상태(=노예 탈출)가 되어야 할까. 아마도 누군가에게 월급을 받는 입장이라면 'ㅇㅇ답게' 혹은 '책임감'에 대한 무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지 않을까 싶다.


회사는 결국 그 일을 진행하느냐 마느냐는 윗선에서 결정한다. 직원은 더 좋은 결정을 내리도록 의견을 제시할 뿐 결정 권한은 없다. 그 말인즉 위에서 시키는 일을 해내야 하는 게 '월급'을 받는 사람이 해야 할 몫이다. 머리로는 이해했다고 몸이 알아 들었을까. 365일, 아니 그중에서 근무하는 날을 계산해 봤을 때 어떻게 사람이 매일같이 컨디션이 좋고 일을 잘할 수 있는 상태로 근무할 수 있을까. 때로는 너무 하기 싫은 일인데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만나기도 하는 법이고, 또 그런 일은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론'이 중시되는 이 사회에서 과정이 어쨌든 간에 '예상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연차가 쌓일수록 빠르게 수긍하는 법을 배워간다.


윗선에서 급하게 자료를 요청했는데 주기적으로 하던 방식과는 다르게 모든 것을 A부터 Z까지 뒤집어 버리는 작업을 했는데,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았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은 곧 다가올 중요한 미팅이 있어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자료였다는 것이다. 납득이 될만한 사유를 사전에 설명하지 않고 (최소한의 이유라도) 무작정 시키면 우선순위를 알 수 없는 직원 입장에서도 속도가 나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지고, 불만이 쌓이며, 괜한 오해만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 급한 일을 시킬 때는 사전 설명이 뒷받침되어야 서로에게 좋다.


급하게 요청한 자료는 평정심을 잃게 만들고, 자료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빼앗는다.

결국 사소한 실수가 나올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예민하여 작은 일에도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직장 상사에게 아주 사소한 실수로 따끔한 말을 들었을 때, 나름 반박하고 싶기도 했지만 이내 참았다. 결과적으로는 담당자인 내가 잘못한 것이고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잘못을 했을 때 필요한 건 빠른 인정과 사과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목소리를 키워서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뒷말로 사회생활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을 수 있다. 연차가 쌓일수록 빠르게 수긍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이 되어가다.


맡는 일의 무게가 조금 높아질수록 다양한 일에 관련이 많아진다. 당연히 찾는 사람도 늘어난다. 메일함은 늘 읽어야 하는 메일로 가득 차고 신속하게 회신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며, 간혹 '일을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 되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니 일을 하는 동안 나에게 들어온 메일, 전화, 메신저를 읽느라 정신이 없어서 옆 사람의 이야기는 거의 듣지 못하는 지경이 된다. 여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동료와의 여유를 만들어 내려면 내 일을 빠르게 쳐내야 하는 스킬이 늘어야 하니 결국 '일잘러'가 되어야 여유도 생길 수 있다.


회사에서는 바빠 보이는 사람에게 일을 주기는 쉽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덜 바빠 보이는 사람에게는 조금의 일을 더 준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요령껏 쉬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점점 밥벌이를 할 때는 '개인주의적 성향러'가 되어간다. 내가 맡은 일에만 관심이 있고, 당장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이슈에만 귀 기울이며, '나와 관련된 일'에만 집중한다. 그래야 '1인분은 해내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변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때론 안타깝지만 너무 과하게 많은 것을 챙기는 사람이 되지는 않기로 다짐해 본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그 상태를 찾아내는 것이 내 인생에서는 중요한 일이다.


<위로가 되더라 남에게 건넸던 말을 나에게 건네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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