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녀석 같으니라고?
우리 집 반려견 ‘호두’에게는 유별난 구석이 있다. 바로 청결에 관한 부분인데 요 녀석이 얼마나 깔끔을 떠는지 그 모습을 보고 식구들은 호두에게 ‘서장훈’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서장훈 님 늘 응원합니다 : ))
왜 이런 별명이 붙여졌는가 하면 이런 일이 있었다. 호두는 입이 짧은 반려견이다. 반려견 친구들 중 사료통만 흔들어도 자다가 달려오는 댕댕이가 있는 반면 호두는 집 앞까지 들이밀어도 거절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료를 잘 먹이기 위해 정말 온갖 수를 다 써본 거 같은데 흔히 수의사가 말하는 방법인 굶기기를 해봤으나 요 녀석은 공복토를 하고서도 밥을 먹지 않는 걸 보며 찡한 모습에 가족들이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그 뒤로 호두는 지금까지 ‘초코밥’을 먹는다. 초코밥은 우리끼리 붙인 말인데 호두가 좋아하는 까까 하나를 정말 마이크로 할 만큼 잘게 잘라서 사료에 섞어주는 것이다. (혹시 다른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ㅠㅠ)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이렇게 사료를 먹고 나면 꼭 입을 닦는다. 그것도 내방 침대에!
우선은 사료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다면 부리나케 내 방으로 달려간다. 곧 입을 닦을 것이라는 신호인데 처음으로 온몸을 침대에 미끄러지듯 닦아낸다. 그 모습은 마치 물 만난 수달 같아서 물고기 사냥이라도 나간 듯 착각할 수 있다. 아무튼 그 이후 입 옆에 묻었을 건사료 가루를 왼쪽 오른쪽 구석구석 닦아낸다. 그렇게 몇 분 정도 닦아내면 끝, 이 과정을 밥 먹고 하나의 루틴처럼 매일 한다. 정말이지 깔끔쟁이의 끝판왕이 아닐까 싶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자연스레 서장훈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런 호두는 암컷이었고 왜 과거형이냐면 중성화를 했다.. (호두야 건강하자ㅎㅎ) 그런데도 최근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요 녀석이 밖을 산책하며 쉬야를 하면 가끔 한쪽 다리를 들고 마치 수컷처럼 용변을 본다는 사실이다. 아니 왜? 네가 비록 중성화를 했어도 넌 암컷인데 그리고 이건 어디서 배운 거지! 반려견 유치원도 안 다니는 애가 이런 건 어디서 배웠나 생각하다가 꼭 자기 다리에 용변이 묻을까 봐 그러는 거 같아서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에서 새는 깔끔 밖에서도 샌다더니, 귀여운 녀석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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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떠는 호두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