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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키 IKE Aug 27. 2024

반려견 호두를 돌보면서 밤을 지새운 이유

잠은 보약이다


“헥-헥”, 벅벅 벅벅(호두가 긁는 소리)


밤새 이 소리가 1분 남짓 단위로 반복됐다. 월요일을 맞이해야 하는 일요일 밤 나는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런데 나의 안위보다도 하루에 족히 20시간 남짓 자는 호두가 거의 24시간 동안 잠에 들지 못하고 간지러움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혔다.


호두와 함께한 지 8년 차이지만 간지러워하며 잠을 아예 못 이루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동네 24시 병원도 지금 이 시간엔 간호사 선생님들 뿐일 텐데.. 강아지 응급실이라도 가야 하나? 오늘 호두에게 특별히 달랐던 건 뭐지.. 가장 좋아하던 까까 2개 먹었고, 내가 목욕을 하면서 샴푸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과했나? 별의별 생각을 하며 앞으로는 사료만 먹여야지 다짐하기도 하고(호두 수의사 선생님이 사료만 먹이라고 했었다..) 2통째 잘 사용 중인 독일 샴푸 대신 무첨가 무향 등의 순한 샴푸로 바꿔야지.. 온갖 잡생각이 들었다.


호두를 보며 과거의 내가 알레르기 증상으로 괴로웠던 경험이 떠올랐다. 피부 곳곳 가려움이 동반되고 열이 오르기도 하며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병원의 진료시간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가 약을 처방받아 가려움이 점차 완화되었던 기억. 사람은 말로 표현이라도 하는데 하물며 말을 못 하는 동물은 얼마나 괴로울까 생각했다.

 

그 다음날 가족의 도움으로 호두는 병원 진료를 받았고 의사 선생님은 알레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사를 맞고 약 5일분의 약처방을 받고 집에 돌아와 호두가 편히 잠에 들고나서야 우리 가족 모두는 걱정 한시름을 덜어낼 수 있었다. 간밤에 통증으로 몸도 뜨거워지고 헥헥 거리는 모습에 호흡에 문제가 생길까 노심초사 졸였던 마음이 훅 하고 내려갔다. 그리고는 밀린 잠을 자느라 바빠 잠꼬대를 하는지 웅얼거리는 호두를 보며 “자는 아기들이 제일 예쁘다”라고 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평상시 오래 자는 호두를 보며 같이 놀자고 도리어 잠을 깨우기도 했던 나인데 이제는 잘 자는 것에 감사하며 더 오래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방해꾼이 되지 말자고 혼자 다짐했다. 반려견의 숙면이 곧 나의 숙면이고 잠이 보약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 하루였다. 이 세상의 모든 반려견, 그리고 아가들아 잘 자고 아프지 말자!


병원에 다녀와 약을 먹고 숙면 중인 호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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