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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초 Oct 23. 2024

내 마음의 산티아고 16

꽃 중년, 산티아고 카미노 300Km 14일간의 일기

 열흘 간 나와 동행한 길동무가 미련 없이 나를 버리고 떠나다.


2월 23일 일요일  맑음,  카미노 제13일.

아르카도피노에서 산 마르코스까지  15.5Km 


  아침 8시 30분. 리포가 여장을 챙겨 나를 찾는다. 산티아고에 일찍 도착하기 위하여 지금 출발한단다. 여기 있는 Mr.신이 돌봐줄 거라고 하면서. 그리고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보자고 하면서. 나는 여기서 헤어지면 못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필요한 몇 가지 내 물건을 지금 주겠다고 했더니 내일 산티아고에서  다시 볼 것이니 그때 달란다. 나는 이 카미노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지만 리포는 아직도 많은 곳을 여행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리포와 동행하던 첫날부터 내가 빌려 준 등산 스틱을 돌려줄 생각도 안 한다. 

  내일 오전 7시~9시 사이에 만나자. 만약 못 만나면 11시~12시 사이 대성당에서 보자는 약속을 한다. 나의 카미노 제3일부터 제12일까지 열흘간 나를 데리고 다닌 대가로 정식으로 1인분의 식사를 대접해 주고 싶다. 젊은이들의 자존심을 건드릴까 염려되어 보통의 경우는 내 식사를 나누어 먹은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시 만나서 식사도 대접해 주고 내 스틱도 돌려받고 싶다. 

  만약 못 만난다면 잘 가라 리포. 남은 여행 일정도 너의 수호천사가 도와주길 빈다. 

  산티아고 입성을 앞두고 나는 ‘마이너스손’과 카미노를 한다.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고민과 살아온 이력도 나눈다. 서로 달리 경험한 카미노 이야기도 주고받으며. 오늘은 내 카미노 상 볼 수 없었던 환한 햇살이 우리를 축복해 주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문 기념탑이 있는 고소산 Monte del Gozo(기쁨의 산)에서 기념 촬영 후 San Marcos 알베르게에 든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산티이고 대성당의 탑들이 보인다고 하여 중세 순례자들이 ‘기쁨의 산’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gozo’는 갈리시아어로 ‘기쁨’을 뜻함) 이 알베르게는 산 자체를 불도저로 깎아 길 아래에 500명의 순례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참 형태로 지어졌다는 한 안내서의 말처럼 굉장히 넓은 부지에 여러 동의 건물이 있다. 우리가 투숙한 날 밤에는 내 카미노 상 처음으로 경찰 두 명이 알베르게를 순찰하는 것을 보았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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