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공지영 지음) 독후감
이 시대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찾기 위해 소설가 공지영 씨의 삶을 소재로 수필을 써 달라는 말을 듣고, 구상하게 되었다는 이 소설 <즐거운 나의 집>.
자신의 입으로 너무 여러 번 뇌었던 말이어서 이제는 그에 대한 비난도, 사생활에의 지나친 관심도 되지 않는 말, ‘세 번 이혼하고 성이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여자’의 집 이야기.
보통의 시각으로 보면 그 집은 즐겁다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부모와 자녀 간에, 이 자녀와 저 자녀 간에, 식구인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한 이들 사이에 온갖 문제가, 아니면 최소한 여러 사회 문제의 초기 단계라 할 문제의 씨앗이 똬리를 틀고 있어야 하는데 ‘즐거운 나의 집’에 있는 이들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집으로 그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소설가, 여자 소설가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작가의 가정생활이, 아이들 두엇 키우는 보통 엄마(-위대하다는 의미)와 똑같이 모성이 넘치고 사랑이 넘쳐 아이들을 윽박지르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걸 보면서 모성의 보편적인 위대함을 느끼게 되었다.
고2, 18세의 화자 위녕이 아빠의 집에서 엄마의 집으로 오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논리적이고 한 치의 어수선함도 용납 않는 성격의 아빠와의 갈등, 새엄마와의 불화로 10여 년 떨어져 살던 엄마 집으로 가게 된다. 전학을 하게 되면서 새로 갈 학교의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가정사를 감춤 없이 바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동안의 화자 위녕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사회가 이들의 가정을 두고 뒤에서 쑥덕거리는 정도를 넘어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나타난 자기 방식의 방어기제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그리고 친구의 엄마들이 아이의 잘못이 아닌 일을 두고, 아이가 알아차리게 될 때까지 비호의적인 말, 말들을 하는 것을 들어왔다.
엄마의 집에서 조우하게 되는 성이 다른 동생 둥빈이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나의 엄마이면서 둥빈의 엄마가 겪게 되는 어려움(엄마의 고통이 더 큰 것으로 그려지고 있음)을 보면서, 자신의 아픔과 함께 엄마의 아픔도 보게 되고, 엄마의 사춘기를 맞는 아들에 대한 사랑, 어떻게 할 바를 몰라 쩔쩔매는 엄마를 보고, 조금씩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버려진 고양이들을 데려와 돌보는 일, 그중의 한 마리 코코가 죽으며 경험하는 상실, 이별, 서점 아저씨 다니엘의 가족 이별 이야기, 둥빈의 아빠 사망 소식 등이 이 가족에게, 특히 위녕에게는 그동안의 상처들을 서서히 치유해 나가면서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위녕 본인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결핍 의식, 분노의 감정이 친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치유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남들은 쉬운 말로 이 가정을 비난해도, 이 가정의 엄마의 본능적인 모성애, 가지런하지 않은 모성애가 ‘사랑’을 매개로 든든한 가정의 울타리를 만들고 있었다.
이 소설은 또한 우리가 무심결에 내뱉는 말들이 어느 누군가의 가슴의 상처를 후벼 파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학부모님, 엄마가 오시는 날’이라는, 학교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말들이 ‘결손가정’의 아이들에게 더할 수 없는 아픔을 주는 말들이었음을 보여주면서, 의도하지 않았으나 누군가에게 폭력으로 작용하는 ‘일상 속의 폭력’의 문제를 또다시 제기하고 있다.
사춘기에 자신의 가족 사이의 갈등, 앞날의 불투명함에서 오는 불안함 등이 이 세상 어떤 어려움보다 크게 느껴지는 사춘기 청소년에게, 뜻대로 되지 않는 자녀들과의 마찰로 자괴감을 느껴본 부모(특히 엄마)들에게, 자신의 현재의 아픔이 다른 사람들도 두루 겪는 보편적인 것임을 확인하고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지방대학을 가면서 집을 또다시 떠나려는 자식을 말려보지만, 자식은 이미 떠나려는 마음을 굳힌 것을 보고, 엄마는, 작가 공지영은 ‘모성의 완성은 품었던 자식을 내보내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떠나보낸다. 이제 20세가 되는 딸에게 엄마의 20세와 엄마의 사랑이었던 아빠와의 관계를 깊은 밤 홀로 쓴 메일을 통해 고백한다. 딸의 20세를 축하하면서 동시에 딸 위녕을 엄마와 대등한 인격체로 대접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다른 작품에서도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사형제 폐지’라는 사회적 화두를 소설로 형상화하고 또 영화로도 만들어지게 된 계기를 제공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작가 공지영은 특유의 처세 비법으로 ‘즐거운 나의 집’을 만들어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