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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Feb 11. 2024

혼쭐 나 볼 테야? 응?

미운 놈 김치볶음밥 한 그릇 더 준다



’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라는 속담은 누가 만들었지?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게 곰곰이 곱씹어볼수록 현명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그 가벼운 행위를 통해 나와 상대방 둘 다 마음이 더 나아지는 것이니 그 어떠한 말보다 나은 듯하다. 


요 며칠 일이 생겨 남편의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는 말 수가 적어졌다. 말 수가 적어졌다는 것은 생각이 많아졌다는 뜻일 거다. 남자들은 가끔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간다던데, 그러면 스스로 나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가만히 두자니 옆에 있는 내가 너무 답답했다.


'이미 벌어진 일 그만 잊고 털어버리라고 확! 소리 지를까?'

'막 까불고 웃겨줄까?'

생각하다가 나도 이내 지쳐버렸다.


이른 저녁 4시, 퇴근한 남편이 들어왔다. 배가 고픈지 냉장고를 여닫는 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고, 부엌으로 갔다. 보통 저녁은 6시 이후에 먹기 때문에 준비된 게 따로 없어 김치볶음밥을 빠르게 만들었다. 

김치+스팸+밥+버터 조금+간장 조금+설탕 조금+조미료 조금 = 완성!


그리고,

너무 답답해서! 참기름 졸졸 두르고, 계속 말없이 화나있는 게 미워서! 통깨 솔솔솔 뿌렸다.


“저녁 먹어~”

“당신은 안 먹어?” 1인분만 차려진 식탁을 보며 남편이 말했다. 

’ 후훗! 조용히 말을 꺼내는 거 보니 마음이 좀 수그러들었나 보군! 참기름과 통깨가 올라간 내 김치볶음밥 맛에 아주 혼쭐이 났군!‘하고 생각했다. 

남편은 한 그릇을 후딱 해치웠다.

“더 있어. 더 먹어~”

"아니야, 괜찮아."

'아, 아쉽다...' 한번 더 혼쭐 내주고 싶었지만 그는 더 이상 먹지는 않았고, 6시쯤 아이들을 위한 밥을 또 한 번 차렸다. 


사람에게 "밥"(음식)이 진정으로 힘이고 사랑이라면, 

"기운 내.", "힘 내." 라는 말 대신 맛있고, 따뜻한 밥 한 공기가 상대에게 더 큰 힘을 줄 수 있다면, 

사실 시간과 횟수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우리네 엄마들이 이른 아침부터 늦게까지 부엌에 서 계셨듯이 말이다. 


시간이 흘러 동굴 밖을 나올 듯, 말 듯 입구쯤에 서있는 그와 대화를 통해 그 문제들을 조금씩 풀어나갔다. 아니, 정해진 답이 없는 인생의 일들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야 할까. 


'속상한 마음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다독이는 시간을 잘 찾길.

다음에 또 이러면, 그땐 김치볶음밥 위에 반숙한 계란프라이 한 장 더 올리고, 동굴 앞에서 삼겹살 구우며 부채질한다! 조심해라!'


그렇게 나는 미운 놈 떡 하나 아니, 김치볶음밥 한 그릇을 주고, 그 속담의 뜻을 몸 소 느꼈다. 역시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움은 지금도 무릎을 탁 칠만하다. 나는 앞으로도 종종 이 지혜를 이용할 것 같다. 



번역결과: 말을 별로 하지 않아 번역할 내용이 없음.


나도 고생했으니까 참기름 졸졸, 통깨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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