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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 먹으면 좋을 ‘만두’ 하지~

10. 남편말 번역가


"엄마~ 심심해~!"


방학은 길고, 날은 덥고, 할 일은 없던 무료한 하루.
냉장고 문을 열자 내 얼굴을 스치는 차가운 공기와 함께 두 번째 칸에 누워 있던 다진 돼지고기와 눈이 마주쳤다.

‘다진 돼지고기로... 뭘 하지? 만두를 만들어볼까?’
항상 사 먹기만 하던 만두를 인생 처음으로 직접 만들어 먹어보기로 했다.


호기롭게 시작한 만두 만들기는 곧 주방을 전쟁터로 만들었다.
당면은 덜 익었고, 다진 돼지고기는 전쟁터 곳곳에 떨어진 수류탄처럼 흩어져 있었으며, 바닥에는 숙주와 부추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청소 따윈 잊고 무념무상으로 만두 속을 넣고 있을 때, 마당에서 잔디를 깎던 남편이 들어왔다.


“만두 만드는 거야? 장모님이 좋아하시겠네.”

“우리 엄마? 왜 좋아하셔?”

“당신이 먹고 싶은 음식 직접 다 만들어 먹을 줄 아니까.”

“..............???”


여기서 잠깐, 이론적인 정답은 아마 이랬을 거다.

“아~맞네~(동의). 처음에는 라면 물도 못 맞췄는데(사실 인정), 요리사가 다 됐다고 엄마가 좋아하시겠다.(반복) 얼른 쪄줄게.(배려) 같이 먹자.(제안)”


하지만 나는 AI가 아니기에 언제나 옳은 답만 할 순 없었다.

“그래? 나는 나중에 우리 딸이 만두 만들어 먹는다고 하면 ‘만두는 나가서 사 먹고, 그 시간에 네 하고 싶은 거 해~’라고 말할 것 같은데?”

“..................???”


이번엔 남편 머릿속에서 번역기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당황했는지, 이해가 안 됐는지 반쯤 머쓱하고 반쯤 뾰로통한 표정으로 “잘해 먹으면 좋지, 뭘.” 하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내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단순했다.
만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고기, 당면, 숙주, 부추, 두부… 속을 준비하는 일만 해도 번거로웠다. ‘그래서 사 먹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은 참이었다.


그런데 완성된 만두를 쪄내어 기름에 구워 먹어보니 꽉 찬 속에 건강한 맛이 훨씬 더 맛있었다. '사 먹는 것보다 낫잖아?' 순간 만두 장사를 해야 하나 싶은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스쳤다.


남편 말이 맞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딸이 커서 스스로 만두를 빚어 먹는다면 대견스러울 것 같았다. 나이가 들어도 엄마 눈엔 여전히 어린 막내딸일 텐데, 잘 챙겨 먹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지 않을까. 언젠가 내 딸도 만두를 빚으며 “예전에 엄마랑 같이 만들었지” 하고 추억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결국 오늘 빚은 만두는 반은 배 속으로, 반은 냉동실 속으로 들어갔다.


만두를 빚으면서 알았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쓰고 마음을 담는 과정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하나면 번거로운 수고도 기꺼이 감당할 수 있다는 것.


번역 결과

“아~ 맞네~. 처음에는 라면 물도 못 맞췄는데, 요리사가 다 됐다고 엄마가 좋아하시겠다. 얼른 쪄줄게. 같이 먹자.”

만두 속은 남고, 키친은 난장판이었던 만두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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