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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 대화 스크립트 공개!

12. 남편말 번역가

by 육십사 메가헤르츠
S#1. 각자 일정을 마치고, 이른 저녁/ 집


남편: 오늘 저녁은 뭐야?
나: (부엌에서 요리하며) 오늘은 갈치. 아, 김치가 너무 익었나? 냉장고에서 냄새난다.
남편: 커피 가져왔는데 마실래?
나: (빨대로 한 입 마시며) 아이스가 더 맛있네. 아, 차 워셔액 떨어졌어. 채워야겠다.

아이 1: 엄마! 이거 내일까지 학교에 내야 돼요. 사인해 주세요.
아이 2: 엄마! 이거 안 돼~ 도와줘~

남편: (핸드폰을 보며) 나 스카이스포츠 해지한다~
나: (아이 2를 도와주며) 결제했었어? 나 마트 좀 다녀올게.

(잠시 후 마트에서 돌아와 짐을 정리한다.)
나: 날씨 진짜 덥다. 에어컨 켤까?
(남편이 말없이 에어컨을 켠다.)

아이 1: 엄마, 뭐 사 왔어요?
아이 2: 이거 지금 먹어도 돼요?

(잠시 후, 남편과 나 둘 다 말없이 핸드폰을 바라본다.)



S#2. 저녁 식사

나: (황태볶음을 집으며) 이 반찬 처음 만들어본 건데 어때?
남편: 괜찮네. 오늘 쓰레기통 밖에 두는 날이지?
나: 응. (아들을 보며) 골고루 먹어야지. (딸을 보며) 다리 내리고 똑바로 앉아야지.

그래서 아까 무슨 얘기하고 있었지?
남편: 뭐? 반찬?
나: (밥을 오물거리며) 아, 응. 반찬이랑 밥 더 먹어~

아이 1: 오늘 학교에서… 재잘재잘
아이 2: 나 화장실!! (화장실로 달려간다.)


S#3. 식사 정리 후

나: 운동 다녀올게. 같이 갈래?
남편: 아니.

(운동 다녀온 후)
나: 아, 피곤하다. 얼른 씻고 자야지.

아이 1: 머리 잘 안 말라~ 도와주세요.
아이 2: 오늘 무슨 책 읽을 거야?

(책을 읽어주고 난 뒤)
나: 모두 잘 자—

(아이들이 잠드는 동안 남편은 계속 핸드폰을 바라본다.)


돌이켜보니, 이것이 하루 동안 우리가 주고받은 모든 대화였다.
사실 대화라기보다 ‘각자 할 말’ 일뿐. 질문과 대답, 감정의 나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건 없었다.

결혼 전에는 누구보다 대화가 잘 통해서 함께 살겠다고 결심했는데, 지금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대화는 사건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다. 일상 같은 사소한 이야기도 나누고 들어줄 때 ‘우리’가 된다.


번역 결과

사소한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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